영국인들의 원예솜씨
정원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영국이 독보적이다. 영국의 어느 곳을 가나 집집마다 정원이 정성스럽게 가꾸어져 있어 풍경화 같은 영국식 정원은 예술이랄 수 있다. 영국인은 정원을 비롯해서 집의 바깥을 꾸미는 일에는 매우 과감하고 효율적이다. 정원 가꾸기는 국민적 취미이며 영국인들은 자기네가 원예솜씨를 타고난 민족이라고 잘난 체를 한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일단 일을 시작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바스의 로만 바스 앞에 버스킹하는 남자가수
바스의 로만 바스 앞에 버스킹하는 남자가수
바스의 로만 바스 앞에 버스킹하는 남자가수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을 표현하려고 하다가 영국인의 고유한 성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무언가 먹을 것을 키워볼까 하고 기껏 해보아야 화단을 만지작거리는 것과는 달리, 영국인은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서 갖가지 관목이 널린 드넓은 초원을 꿈꾼다. 프랑스사람들은 보통 토착식물을 키우지만 영국의 정원은 세계 식물분포도를 뒤집어 버린다. 히말라야 산 백합, 중국산 등나무를 비롯해서 세계 각국의 이름도 모를 희귀한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원예품을 파는 가든 센터들은 번창하고, 원예잡지와 책자들이 집안 곳곳에 널려있다.
집안은 난방을 못해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묘목을 심어놓은 온실만큼은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영국인은 크지도 않은 집의 구석구석을 이렇게 꾸며놓고서 집안과 창문 하나하나가 모두 국립공원이나 되는 것처럼 상상한다. 기차를 타보면 전국 어디나 철길 옆으로 작은 울타리를 쳐놓은 채소밭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시민들이 시유지를 대여 받아 만든 경작지로서 전쟁 때에 시민들이 채소를 심어먹도록 허용한 곳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시민들이 서로 이 땅을 사용하려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집이 딸려있는 땅 한 뙈기를 받으려면 반평생을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이 땅을 받으면 진짜 농사꾼처럼 꽃을 가꾸어 주말 원예시장에 내다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이 딸린 아담한 오두막집에 사는 농사꾼 이것이 그들의 꿈이다.
뻐꾸기 소리가 봄을 알린다는 말은 이제 지나간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 오늘날 진짜 봄소식은 정원사가 잔디 깎는 철을 맞아 잔디 깎는 기계를 점검하다가 고장을 발견하고 지르는 욕설소리와 더불어 온다. 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다른 나라에서라면 사람들이 그늘진 곳에서 잡담이나 하고 지내는 여름철 내내, 영국 사람들은 묵묵히 엄청난 정력을 기울여 정원을 가꾼다. 정원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괴석으로 작은 동산을 만들기도 하고, 샘에서 물을 끌어다 대기도 하며, 마을축제에 출품할 호박을 기르거나, 쓸모없는 곳을 새로운 정원으로 개간하기도 하는 것이다.
정원에 변화를 주고 싶으면 다른 집 정원을 정탐해 본 다음에 원예센터에 들러 한 차 가득 새로운 꽃과 나무, 도구, 연못을 만들 플라스틱재료, 비료 따위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비가 오는 날이 많지만 영국인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간다. 마치 노동의 신성함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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