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유수란(Avignonese Captitvity)?
-아비뇽의 교황청-
교황이 68년 동안 이곳에 머물던 시기를 아비뇽유수라고 부른다.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유대왕국이 사라지고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갔던『바빌론 유수』에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다. 13세기 초 교황의 권력은 정점에 달했으나 13세기 동안 유럽의 세속군주들은 영토의 확장과 관료제의 확립을 통해 13세기 후반에는 교황보다 우위에 서게 되었으며, 특히 프랑스국왕들은 교황과 밀접한 공생관계를 유지하여왔다.
-아비뇽의 교황청-
-아비뇽의 교황청-
프랑스국왕의 입장에서는 교황의 지지를 받으면 왕의 신성한 권위를 높일 수 있었고, 교황의 입장에서는 서임권을 두고 독일황제와 대립하고 있는 처지라 프랑스국왕의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대의 막강한 군주였던 프랑스 필리프4세 왕이 교황의 양해 없이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였다.
발칵 뒤집힌 프랑스교회에서 자신들의 수장인 로마교황에게 이를 알리자, 격노한 교황 보니파시오8세는 필리프4세와 논쟁을 벌이며 세속권력에 대한 교권의 우위를 주장하였다. 이에 필리프4세도 삼부회를 소집해 교황을 비난하면서 성직자 과세를 고착시키려 하였다.
분노한 교황은 파문을 준비했지만 1303년 필리프4세는 선수를 쳐서 교황에게 역으로 이단의 혐의를 걸고, 기습적으로 필리프4세의 변호사인「기욤 드 노가레」가 지휘하는 병력을 파견해 로마 남동쪽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인 아나니(Anagni)로 가서 교황을 납치하여 재판에 회부했다.
-아비뇽의 교황청 내부-
이것이「아나니사건」으로, 이 과정에서 80세를 넘진 고령의 교황 보니파시오8세는 기욤 드 노가레에게 뺨을 맞고 감금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의 귀족들이 이 소식을 듣고 급히 교황을 구출하였으나 보니파시오8세는 이 사건의 충격으로 얼마 후 사망하였다.
프랑스는 교황선출에 관한 압력을 가해 1305년 프랑스출신의 클레멘스5세를 교황으로 선출했고 클레멘스5세는 프랑스왕의 요청으로 교황청을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겼다. 그 후 7명의 아비뇽 교황은 모두 프랑스인이었고, 이 시기에 임명된 추기경도 134명 중 111명이 프랑스인이다.
당시 아비뇽은 신성로마제국 령으로 교황의 봉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영지였지만 론강을 중심으로 프랑스와 경계를 이루고 있어 프랑스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지역이었다. 아비뇽 교황 중 4번째 교황인 클레멘스6세가 1348년 프로방스의 잔 여왕으로부터 아비뇽을 매입하여 아비뇽은 교황이 직접 관리하는 교황소유지가 되었고, 프랑스혁명 때까지 교황령으로 존속했다가 1791년 프랑스에 합병되었다.
1377년에는 아비뇽의 마지막 교황인 그레고리우스11세가 교황령의 수호를 빌미로 교황청을 로마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그레고리우스11세는 사제출신이 아니었는데 정치적 이유로 추기경을 거쳐 교황이 되었다. 그레고리우스11세가 로마로 돌아간 지 1년만인 1378년 49세로 선종했다.
그레고리우스11세가 선종하자 이탈리아시민들의 압력을 받은 추기경회의는 우르바누스(우르바노)6세를 교황으로 선출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물러난 프랑스 추기경 13명은 4개월 뒤 아나니에서 공포분위기에서 결정된 교황은 무효라고 선언하였고 9월20일에는 폰디에서 프랑스출신의 로베르(로베프트)추기경을 대립교황 클레렌스7세 교황으로 선출하여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겨버렸다. 이로 인해 로마와 아비뇽에 두 개의 교황청이 존재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것을 「서방교회 대분열(The Great Schism, 1378~1417년)」이라고 부른다. 두 교황은 서로를「적그리스도」로 칭하며 극렬히 대립하였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백년전쟁 기간이어서 전 유럽이 프랑스 교황세력(친 프랑스)과 로마 교황세력(친 영국)으로 갈려 있었다. 이런 대분열은 1417년 콘스탄트 공의회가 새 교황 마르틴5세를 선출함으로서 끝났지만 이미 실추된 교황의 위신과 종교적 권위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 결과 교황의 권위가 추락되었으며 교황은 세속적 국왕과 대결하기에 너무 미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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