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71.원시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산, 성인봉

달리는 말(이재남) 2021. 3. 19. 07:05

원시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산, 성인봉  

한편 성인봉 등산을 떠났던 4명의 일행은 해오름관광펜션의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만나는 새마을금고 앞에서 탄 택시기사님에게 성인봉 가는 길을 물어보니 그 기사님 차에 타란다. 꼬불꼬불 빙글빙글 심난한 오르막길을 한참 달려왔는데 여기서 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한단다어떻든 간에 만일 여기까지 이길을 걸어왔더라면 하고 생각해보니 진땀이 날 정도다. 도동방향에서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은대원사코스,kbs중계소코스,언평전코스3가지 코스가 있는데, 4명이 선택한 길은kbs중계소코스. 아마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성인봉을 올라가고 내려올 때 처음 시작을 이곳과 나리분지 방향으로 잡을 것이다. 

울릉도 성인봉 등산 코스  

kbs중계소쪽에서 올라가는 길은 대체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숨이 조금씩 차오를 즈음 오아시스처럼팔각정이 눈앞에 나타나준다.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지고 전망도 좋아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팔각정이다. 걸음마다 숲의 향기가 느껴지고 때로는 이국적인 느낌을 받기도 한다.

-울릉도 성인봉에 오르는 길에 만나는 팔각정과 오름길- 

흔히 성인봉을 일컬어 우리나라의 마지막 원시림이라고들 한다. 성인봉을 오르다 잠시 쉬며 바라보는 산 저편에는 높은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분지가 아늑해 보인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섬 울릉도에서 특히 원시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성인봉이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화산섬의 실체를 경험하게 하지만, 고비, 고사리 등의 양치식물과 다양한 야생화들을 만나며 또한 가장 울릉도다운 정취를 함께하게 된다. 

성인봉 등산길에 만나는 이정표

울릉도 성인봉에서 바라본 울릉도의 모습  

팔각정을 지나며 장딴지가 터져버릴 것만 같은 궁극의 오르막을 한번 숨차게 오른다. 이어지는바람의 언덕의 그 부드러움을 밟으며 10~20분여를 오르면 어느새 성인봉에 도착한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고 이름 지은바람의 언덕에서는 땀을식혀가기 좋은 장소이다. 너무 오래 쉬면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잠시 땀만 식히고 성인봉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해발 986.7m 성인봉 정상에 다다랐다마치 새둥지마냥 잡목과 조릿대들로 둘러싸인 정상에는 사람 키(신장)만 한 정상석 하나만이 덩그러니 세워져있다. 바위에 둘러싸인 성인봉의 표시석 앞에서 기념이 될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어지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랄 수 있을까? 성인봉 표지석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성인봉 뒤로 난사진 촬영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나물을 캐러갔다가 길을 잃어 죽을 뻔한 소녀가 꿈에 나타난 어느 노인의 도움으로 살아난 뒤 주민들이 그 노인을 성인으로 일컬으며 붙여졌다는 노인과 소녀의 설화가 전해지는 이 봉우리는 성스럽게 생긴 모양 때문에 성인봉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성인봉 중턱 3단 봉래폭포  

성인봉은 일 년의 대부분을 안개 속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더욱 신비롭게 보여지나보다.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 원시림사이로 가파른 듯 이어지는 산길과 길옆으로 펼쳐진 울릉도산나물이 많은 길을 걷는 도중에 만나는 즐거움이라면, 성인봉에서 바라보이는 울릉도 풍광은 성인봉에 올라 맛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하지만 정상에서 북쪽으로 조심스레 난 샛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상에서 20m만 내려가면 조그마한 전망대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조망하는 북면의 환상적인 풍경은 숨을 멎게 한다. 성인봉 주변의 희귀한 수목의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189호란다. 이 숭고한 대자연의 풍경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아 보일 뿐이다.

-울릉도 성인봉-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모든 사람들은 똑같아짐을 느낀다. 동공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이 심장으로 채 전달되기도 전에 경외에 사로잡혀 "~ 좋다!"라는 그저 순진하기 짝이 없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해양성기후인 울릉도에서는 일 년 중 맑은 날을 구경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고 한다. 특히 성인봉날씨의 변덕은 참으로 심하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래도 운이 좋은 모양이다성인봉 정상에서 올라가던 길을 따라 바람등대를 지나고 팔각정 구름다리를 지나 kbs 중계소 입구까지 걸어 내려온다. 성인봉 등산을 떠났던 4명의 일행은 성공적으로 등산을 마치고 kbs 중계소 입구 마당에서 샛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니 울릉소방소가 눈에 들어온다급경사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독도박물관독도전망대로 올라가는 읍내 골목에서도동 약수관광지구입구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낯설지 않은 길을 따라 새마을금고까지 내려오면 바로 위로 보이는 해오름관광펜션이 기다린다.

-울릉도 성인봉 오름길에 만나는 흔들다리-  

배가 몹시 고파왔지만 식사를 할 만한 마땅한 음식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늦은 점심식사는 끓인 라면으로 대충 때웠다. 720분경에는 쌀밥을 지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내일은 이곳 울릉도를 떠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저녁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