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73.드디어 떠나온 도동항

달리는 말(이재남) 2021. 3. 25. 10:16

드디어 떠나온 도동항

 

비록 홍합밥을 먹을 수 없었지만 해오름관광펜션에 들어가 모든 짐을 챙겨 도동항에 도착해보니 아직 출항할 배시간은 이르다. 날씨도 좋고, 첫날 걸었던 행남 해안산책로를 잠시 둘러보기로 한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울릉도의 물빛을 가슴속에 깊게 새겨본다. 이곳의 오묘한 물빛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오후 3시 반에 출항하는 배 시간에 맞춰 하나둘 승선하려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간 필자일행은 앉아 기다릴 좌석을 확보한다. 나가지 못한 여행객들까지 가세해 여객선터미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여객선터미널의 여기저기를 끼웃거리다가 발견한 낯선 장소로 들어갔다.

 

-울릉도 도동항-

 

어떤 할아버지의 사진을 찍어 인화된 사진 한 장을 그 할아버지에게 건네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필자역시 그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울릉도의 모델이 될 만한 유명한 장소를 설정해놓은 그 앞에 앉아 사진을 찍어 인화한 다음 그 사진을 필자에게 건네주었다. 아내도 같은 방법으로 같은 장소를 선택하여 기념사진을 찍어 그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곧 논산 처제의 기념사진과 부부사진이 찍히고 익산처제 내외도 같은 방법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씩 찍고 그 사진을 받았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도동항터미널은 썬 플라워 호를 승선하려는 손님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 섬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더란 말인가? 드디어 도동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곧이어 동해의 격정적인 파도 속에 몸을 맡긴다.

파도의 일렁임에 따라 열정적인 춤사위를 벌리고, 도동항을 출발한 한참 뒤에도 섬 울릉도는 한동안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편, 이날의 뱃길은 필자일행이 울릉도를 향해 항해할 때 경험해보지 못한 뱃멀미 때문에 논산의 처제에게는 그야말로 고행이다. 오래 머물수록 이곳을 떠나올 때의 미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것은 더 많이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만큼 더욱 많이 남겨져있다는 여운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또다시 꿈꾼다. 이 섬에 남겨져있는 소중한 마음들을 다시 담아올 그날을.

3시간 반의 항해시간은 길지도 그렇다고 짧은 시간은 결코 아니다. 한편에서는 뱃멀미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지만 포항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필자의 마음은 더욱 불편해진다. 7시에 포항항에 도착하면 빨리 포항역으로 달려가 서울행 Ktx 열차를 타야하는데, 열차시간표를 생각하면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탑선한 썬 플라워호는 예정시간보다도 10여분 더 늦게 포항항에 도착했다.

 

-울릉 여객선 터미널-

 

썬 플라워호 출구에서 짐을 들고 기다리고 서있던 필자일행은 출구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포항역으로 갈 수 있는 택시를 타려고 계획하였는데, 기다리고 서있던 택시들은 포항역이 아닌 대구나 더 먼 곳을 가려는 손님만을 골라 태우고 있다. 터미널 밖으로 나가 영일대해수욕장 앞길에서 택시를 잡으려 하였으나 이미 포항역의 저녁 725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열차를 탈 수 없을 만큼 시간이 지나쳐버렸다. 필자일행은 일단 해수욕장 주변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동태찌개를 시켜 맛있게 먹고 포항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