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68.『울릉도 호박엿』

달리는 말(이재남) 2021. 3. 11. 16:36

울릉도 호박엿  

호박엿을 만들어 판매하는 상점에 들어가 여러 봉지의 호박엿을 사서 들고 해오름관광펜션으로 돌아와 함께 먹을 호박엿은 따로 꺼내놓고 그리고 처제들에게 선물로 한 봉지씩 나누어주었다. 아들과 딸에게 줄 선물 그리고 필자부부가 서울에 돌아가면 먹을 몇 봉지도 따로 남긴다.울릉도 트위스트라는 노래의 가사처럼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이다. 이토록 맛있는 울릉도 호박엿의 시원(始原)은 개척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서면 태하리 서달령 부근에 과년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해 봄, 그녀는 육지에서 가져온 호박씨를 울타리 밑에 심었다.

울릉도 독도박물관으로부터 독도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울릉도 독도박물관으로부터 독도전망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이 씨앗이 싻을 틔우고 자라서 커다란 호박이 맺을 무렵, 처녀는 멀리 떨어진 마을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호박 줄기는 나날이 자라서 많은 열매를 맺었다. 처녀가 시집간 뒤 남아 있는 식구들은 부지런히 호박을 따먹었는데, 그 수가 줄지 않았다마침내 방안을 온통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호박을 수확했다. 그 해 겨울에 곡식이 떨어지자 식구들은 호박으로 죽을 쑤어 먹었다. 그런데 그 맛이 엿처럼 달았다. 그 뒤로호박엿이란 말이 생기고 실제로 호박을 넣어 달여낸 호박엿도 생겼다고 한다.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기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 호박엿은 주로 제과점이나 가정에서 소규모로 생산되어 섬 안에서만 소비되었다육지의 숱한 엿장수들이 팔았던울릉도 호박엿은 대개 울릉도 호박엿의 명성만 빌린 것이었다. 그러다 육지와 울릉도 사이에 대형여객선이 오가게 되자 비로소 울릉도 호박엿은 육지로 퍼져나갔고, 규모 있는 호박엿 공장도 몇 군데 생겨났다. 현재 울릉도에는 3개의 호박엿 공장과 1개의 호박젤리 공장이 있다. 울릉도 호박엿은 육지의 것과 여러 모로 다르다. 우선 호박이라는 재료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울릉도 호박은 육지 호박보다 과육이 두껍고 무겁다대체로 둥근 호박보다 맷돌형의 호박이 더 맛있는데, 그 무게는 1015kg이나 나간다. 당도도 육지 것보다 12브릭스(brix; 당도를 재는 단위. 포도가 12브릭스 정도이다)가 높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호박엿 제조과정이 다르다. 육지에서는 옥수수가루에 엿기름을 넣고 삭히는 반면, 울릉도에서는 옥수수를 밥처럼 쪄서 자루에 담아 짜낸 뒤에 엿기름을 넣고 달인다.  

도동의 울릉도 호박엿공장

-도동의 울릉도 호박엿공장-  

이렇게 하면 호박엿을 훨씬 부드럽게 뽑을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손으로 엿을 뽑는다는 점이다. 엿을 길게 늘였다가 반으로 접는 작업을 수없이 되풀이하면 엿 속에 공기구멍이 무수히 생긴다. 이 공기구멍이 많을수록 먹기가 좋고 이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울릉도 호박엿은 호박이 30%나 들어가 있어서 너무 단단하거나 달지도 않으며 치아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다. 더욱이 호박에는 각종 영양소도 풍부하고 폐암예방의 효과가 있다는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많다. 특히 늙은 호박에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위궤양환자들에게 아주 좋단다. 

울릉도 호박엿

-울릉도 호박엿- 

울릉도에서 호박엿을 먹고 배를 타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널리 퍼져 있다. 울릉도 호박엿은 한번 먹어보면 자꾸 입맛을 당긴다. 운전하면서도 먹을 수도 있고, 밥을 먹고 난 뒤에 입가심으로도 먹고, 밤참으로도 먹고, 아무리 먹고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1990년에 전통식품 개발사업체로 지정된 울릉농협호박엿공장에서는 가락엿, 판엿 등의 호박엿 이외에도 호박조청과 호박잼도 생산한다. 호박조청은 좀 걸쭉한 엿이고, 호박범벅 같은 호박잼은 쫀득쫀득하고 약간 달콤해서 빵이나 떡을 먹을 때에 곁들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