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54.울릉도의 근세약사

달리는 말(이재남) 2021. 1. 20. 22:05

울릉도의 근세약사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향나무가 자라는대풍감은 태하리 바닷가 석벽에 있는 구멍바위를 이른다. 배를 만들기 좋은 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울릉도에는 낡은 배를 타고 와서 새 배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었다. 새 배를 다 만들면 돛을 높이 달고 바위 구멍에 닻줄을 메어 놓고 본토 쪽으로 불어대는 세찬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서대풍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울릉도 대풍감 해안절벽

-울릉도 대풍감 해안절벽-  

바람이 불어 돛이 휘어질 듯하면 도끼로 닻줄을 끊어 한달음에 육지까지 갔다고 한다. 여러 정황상 우리 선조들이 건너가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우산국은 울릉도와 독도 주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해양왕국이었다. 512년 신라에 복속되었지만 고려시대까지 독립적·우호적인 위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던 시기, 왜구의 침략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조선은 1416(태종 16)공도정책, 즉 빈섬정책을 선택한다백성을 보호하겠다고 아예 섬을 비워버린 것이다. 너무 멀고 바다가 깊어 제대로 세금을 걷을 수 없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수천 년도 전부터 사람이 살던 이 섬에 사람이 다시 들기 시작한 것은 1882(고종 19)개척령 이후부터였는데, 개척 당시 울릉도 행정의 중심은 태하였다. 초기 개척민들은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에 터를 잡는다. 우리 선조들은 어떤 마음으로 울릉도로 향했을까누군가는 모진 세금을 피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배에 올랐으리라. 동국여지승람에순풍에 돛을 달고 울릉도까지 이틀이 걸린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묵호에서 울릉도까지 거리는 161km. 1970년대까지만 해도 포항에서 7~8시간이 걸렸다. 

-울릉도 내수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변의 모습-

-울릉도 내수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변의 모습-

-울릉도 내수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변의 모습-

 

시속 41노트(1kn=1852m/h)로 달리는 초고속 여객선이 운항중인 21세기에는 2시간 20분이면 닿는다. 묵호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행 10시 첫배를 타기로 한다면 서울에서 묵호터미널까지 가는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다. 고속버스는 시간이 촉박하고 기차는 시간이 너무 남는다시청·잠실·영등포역 등에서 새벽 4~5시에 출발했을 때, 거리로만 따지자면 그리 멀지 않은 울릉도가 머나먼 섬으로 느껴지는 건 이런 저런 이유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준비와 정성이 필요한 섬이다. 울릉도에 다녀온 어떤 사람은 이 섬을 두고날을 기약할 수 없는 섬이라고 했다23, 34일 등의 일정이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하여 여정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정도는 여유 있게 들어오는 편이 좋단다. 독도는 더 심하다. 울릉도까지 왔는데 독도를 못보고 가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될까 싶지만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바다는 워낙 파도가 센 편인데다 날씨 변화에 즉각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독도를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울릉도에 발을 디딘 후 날이 좋다면 독도부터 먼저 다녀오라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은 의미심장한 말로 들린다. 

독도의 풍경

-독도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