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16)-마사이 마라국립공원으로부터 나이로비로 돌아오며

달리는 말(이재남) 2014. 10. 30. 05:48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동물
우리가 묵었던 나이로비의 Panafric hotel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Mara Serena lodge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Mara Serena lodge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Mara Serena lodge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Mara Serena lodge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Mara Serena lodge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Mara Serena lodge                            

 


마사이 마라국립공원으로부터 나이로비로 돌아오며

여행을 시작한지 7일째 되는 날 아침이 다가왔다. 어제 밤에도 너무나 피곤한 탓인지 잠을 잘 잤다. 5시 30분,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바쁘게 움직이면서 준비를 했으나 6시를 넘겼다. 부지런히 레스토랑으로 걸어가 식사를 하려는데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먹을 만한 음식, 오므라이스와 빵 등을 갖다가 먹고 수프를 가져다가 먹어보니 먹을 만하여 더 갖다가 먹고 나왔다.
7시에 출발한다기에 짐은 직원에게 날라다 달라고 부탁하고 대신 팁을 주었다. 약속된 시간인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lodge를 떠나 차량들은 순조롭게 달리는 듯했다. 그러나 8시 30분경 우리가 탑승한 2호차의 우측 뒤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멈춰 섰다. 펑크 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동안 가까운 마을에 사는 어린이들이 차량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무얼 줄 것인가 기대를 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입고 있는 옷은 남루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신발을 신고 있는 어린이는 아무도 없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헌옷이나 노트 등을 준비해와 이 불쌍한 어린이들에게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데 20분쯤 걸렸을까? 그곳을 떠나 또 다른 마을이 보이고 소, 양, 염소, 말 등 수많은 가축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 마을을 지난 지역으로부터는 끝없는 초원이 펼쳐지고 그 초원에는 야생동물이 엄청나게 많아 보인다.
톰슨가젤은 물론 누 떼, 기린, 그랜트가젤 등이 보이고 가끔은 타조가 춤을 추듯 날개 짓을 하는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도 보였다. 달리고 또 달려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초원을 실컷 달리는데 길이 순탄치 않고 우리를 태운 승용차는 마치 춤을 추듯 뛰어올랐다가 내려앉고 좌우로 심하게 흔들라치면 몸살이 날 지경이 된다.
이렇게 3시간 이상을 달려 휴게소에 내린 일행들은 화장실에 다녀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으로 들어가 주로 목각제품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는 곳에서 기념품을 산다. 우리부부는 별로 관심조차 없으므로 밖으로 나와 서성거리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하게 되었다. 조금 달리는데 우리를 태운 승용차의 타이어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자동차 정비소로 들어간다. 펑크 난 타이어가 달리다보니 공기압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공기압을 보충하려고 정비소에 찾아들어간 것이다.
Narok이라는 조그마한 도시를 지나 부지런히 달린 덕분에 Nairobi의 한국음식점 「만나」에 들어가 오랜만에 시원한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도 쉴 틈도 없이 식사가 끝나자마자 맡겨놓았던 짐을 챙겨 Nairobi공항을 향해 출발해야만 했다. 3시 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탑승하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둘러 움직였는데도 불구하고 나이로비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2시 10분이 넘어가고 있어 서둘러 출국수속을 밟아야만 했다.
일행의 수가 많다보니까 축국카드를 작성하고, 가방의 무게를 달고, 보딩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출국신고를 마치고 8번 게이트 탑승대기실에 도착하여 시간을 확인해보니 탑승해야 할 시간이 임박하다. 우리부부는 맨 앞쪽에서 수속을 밟아왔는데 뒤쪽에 따라오면서 출국수속을 밟아오던 일행들은 민첩하게 움직여야했다. 3시 30분에 출발 예정인 SA 183여객기는 승객들을 태우고 4시에야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활주로를 벗어나 출발한다.
5박 6일 동안 누비고 다녔던 케냐를 떠나는 항공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초원은 정말 넓게만 느껴진다. 비행기가 고도를 잡자 점심식사인지 저녁식사인지 모를 애매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공항으로 달려와 이제 비행기 안에 앉아있으니 소화가 될 겨를이 없다. 항공사에서 제공한 음식은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케냐에서의 일정을 머릿속에 정리하면서 잠깐 쉬는 시간을 가져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쉴 새 없이 경험하게 된다. 또 다른 만남, 그 흥겨운 흥분 속에는 감동 같은 설렘이 있어, 그때만은 그 어떤 일이라도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사로잡힌다. 또 다른 헤어짐을 통해서는 마음이 쓰라린 슬픈 감정이 몰려와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 곁을 떠나가 버릴 듯한 느낌도 들지만 곧장 새로운 만남이 슬픔의 자리를 차지하며 헤어짐은 어느새 과거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남과 헤어짐 속에 스며있는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네 삶을 엮어나가는 그 어떤 절대적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이런 인연을 통해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 그 정답을 알 수가 없다. 다만 이렇게 계속해서 만나고 헤어짐을 이어가다 보면 마음 속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축복처럼 다가오지 않을까하는 예감만을 가질 뿐이다. 늘 내가 믿고 살아가는 튼튼한 나의 두 다리와 타고 다닐 수 있는 모든 차량, 만남과 헤어짐을 가능케 하는 그 어떤 도구를 총동원해서라도 나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