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13)-농사를 짓지 않는 마사이족

달리는 말(이재남) 2014. 10. 27. 05:48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의 톰슨가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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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를 짓지 않는 마사이족

 


그래서 그들은 농사를 짓는 법이 없다. 씨를 뿌리고 밭을 갈려면 땅을 파야 하고 이것은 어지간히 자신들의 신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 굳게 믿는다. 심지어 사람이 죽어도 땅에 묻지 않고 대지 위에 눕혀 놔 동물들이 뜯어먹게 한다. 케냐정부에서 마사이족을 위하여 우물을 파주면 마사이족은 그 물을 마시지 않고 멀리까지 가서 냇물을 길어 온다. 땅을 헤치고 고인 물은 결코 마실 수 없다는 얘기다. 마사이족은 흔히 「검은 대륙의 사자」라 불린다.
사자가 동물의 왕이듯, 마사이족은 아프리카의 왕이다. 마사이족에게는 승리 아니면 죽음뿐, 항복과 후퇴란 없다. 마사이족과 사자는 서로 닮은 점이 너무 많다. 사자와 마사이족은 모두 육식을 한다. 고소한 빵, 기름이 흐르는 햅쌀밥도 마사이족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마사이족이 즐겨 마시는 음식은 우유에 소 피를 타서 마시는 것이다. 소의 목덜미에 작은 화살을 꽂아 피를 받아 내고 화살 자국은 쇠똥을 발라 치료한다.
사자와 마사이족은 닮은 점이 또 있다. 갈기를 휘날리는 수사자가 여러 마리의 암사자를 거느리듯 마사이족 남자도 여러 부인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다. 원래 용맹스런 마사이족남자는 전쟁터에서 많이 죽고 사냥 중에도 목숨을 잃는다. 죽은 남자의 부인은 산 남자가 돌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풍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암사자가 사냥을 하고 수사자는 가족을 지키듯 마사이족도 여자가 모든 일을 다 한다. 젖을 짜고 피를 뽑고 집도 여자가 짓는다.
남자는 창을 던지고 뛰고 달리며 전쟁에 대비하고, 소 떼를 몰고 들판으로 나간다. 수사자는 머리 갈기가 길게 늘어지고 암사자는 맨머리이듯이 마사이족 남자는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늘어뜨리지만 여자는 면도칼로 박박 밀어 버린다. 사자가 새끼를 낳으면 언덕에서 굴러 떨어뜨려 살아남은 강한 놈만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마사이족도 남자아이는 자라서 용감한 전사가 되도록 엄격하게 키운다. 마사이소년들은 열서너 살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그들끼리 따로 집을 지어 집단생활을 한다.
그들은 마사이족이 살아가는 법, 적과 하이에나, 사자와 싸우는 법을 어른들로부터 배운다. 소년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할례를 하게 된다. 할례수술은 그 가족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남자가 한다. 물론 마취제도 없이 수술을 하는데, 이 때 아픔을 못 참고 고함을 지르면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전체의 수치로 여긴다. 반면 입을 꽉 다물고 거뜬히 할례수술을 끝낸 소년에게는 우유로 수술자국을 닦아낸 후, 상으로 송아지를 주고 동네잔치를 벌인다.
소녀도 할례를 받는다. 마사이족에게 할례는 일생에서 아이와 어른의 분기점이 되는 대단히 중요한 의식이다. 고대아라비아, 이집트, 그리고 동아프리카의 회교도문화권에서는 여성성기의 클리토리스와 이를 덮고 있는 포피를 함께 절단하는 여성할례가 대개 여덟 살 무렵부터 열두 살까지 사춘기 이전에 행해졌다.
이런 관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지금도 아프리카 전역에서는 여성할례 법으로 지켜지고 있다. 모든 여성은 할례를 해야만 결혼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슬람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클리토리스를 절제하는 할례를 장려하지는 않지만 아랍에서는 지금도 「할례를 받지 않은 계집」이라는 말이 커다란 수치와 욕이 되고 있다.
수단에서는 연간 200만 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는데 이미 할례를 받은 여성인구만 1억 명이 넘는다고 한다. 왜 여성들에게 할례를 강요했을까? 중동, 아프리카 등 고온다습한 풍토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할례는 위생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일부다처제의 관습 속에서 여성의 음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할례를 받을 때 여성의 클리토리스가 절제되면 성감이 감퇴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오던 포경수술-할례가 언제부터인가 중동, 아프리카를 넘어서 아시아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만 다른 점은 클리토리스를 덮고 있는 포피만을 절제-할례, 노출된 클리토리스로 하여금 오히려 성감을 더 높여주도록 한다는 점이다. 어찌됐던 간에 여러 가지 면에서 마사이족은 사자와 닮은 점이 너무 많지만, 그들의 적이다.

사자는 마사이족의 가축을 잡아먹고 때로는 어린아이도 잡아먹는다. 그래서 사자를 잡은 마사이족 젊은이는 영웅이 된다. 요즘은 사자를 잡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마사이족은 사자와 마주치면 법에 아랑곳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 마사이 땅 동쪽옆구리에 구름을 가르고 우뚝 선 킬리만자로는 정수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