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여행

19.이혼율이 미국 못지않게 높은 헝가리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18. 15:48

이혼율이 미국 못지않게 높은 헝가리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
 
이혼율이 미국 못지않게 높은 헝가리

헝가리는 이혼율이 미국 못지않게 높다. 주거 환경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아파트에서 친인척과 함께 사는 부부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건 순전히 나가 살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안까지 복작거리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가족간에 불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이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자라고 해서 나은 것도 아니다.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수시로 배우자를 바꾼다. 그리고 이혼 절차도 아주 간단하다. 사소한 부부 싸움도 이혼 사유로 인정한다. 게다가 혼인 상담이나 부부 생활 상담 역시 전문가가 아니라 시어머니나 장모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헝가리사람들은 관심거리와 취미가 한없이 많은 개인주의자다. 10대는 디스코를 좋아하고 노인들은 일요일 오후면 옷을 쭉 빼 입고 카페에 모여 앉아 잡담으로 시간을 때운다. 쓸만한 연극 공연은 몇 주 전에 예약이 마감된다.  보트 타기와 낚시도 인기가 있다. 하이킹이나 산책은 옛날부터 하던 일이다. 부다페스트의 전차와 버스 노선 종착점인 부다 지구에 내리면 곧바로 산과 숲이 펼쳐지는데 시민들에게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성 이슈트반 성당


매주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도 많다. 체스 인구도 만만치 않다. 화창한 날 남자들은 공원에서 체스를 두면서 즐긴다. 부다페스트에는 노천 온천이 있다. 추운 겨울 노천 온천을 보면, 머리만 빠끔히 내놓고 물위에 고정시킨 널빤지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좀 이르다 싶은 아침에도 문을 여는 수영장이 많다. 오래 전부터 예술가와 작가들은 부다페스트의 루카치 온천을 만남의 장소로 애용했다. 좀 누추하긴 해도 제법 분위기 있는 곳이다. 루카치 온천은 수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철학 토론이나 문학 잡담을 나누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주말을 신성한 기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런가 하면 주말을 신성한 기간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모들은 겨울에 아이들을 데리고 썰매 장이나 임시 노천 스케이트장에 간다. 여름에는 짐을 잔뜩 꾸려 중부유럽에서 제일 큰 발라톤 호수로 간다. 토요일 아침에는 이 호수를 향해 도시를 빠져나가는 자동차가 백만 대를 넘는다. 호수 근처에 자그마한 별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이들은 야영장이나 북적대는 호숫가에는 얼씬도 않는다. 발라톤 호수는 평균 수심이 3m으로 물이 따뜻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다뉴브강 야경


헝가리 인들은 집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대형 천막을 치고 호숫가에서 휴가를 즐긴다. 외국인들 중에서는 독일인이 주로 찾는다. 과거 분단시절에는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욕실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작은 화장품 병이나 스프레이, 샴푸 같은 물건들이 없었다.
서유럽과 비교하면 헝가리 인은 아직도 비누와 치약, 향수 같은 위생용품을 많이 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식당에서까지도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좀 지내다 보면 견딜 만하다. 위생환경이 차츰 나이지는 탓인지 아니면 후각이 둔해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헝가리의 교통 및 교통질서

9시에 부다페스트를 가로질러 외곽으로 빠지면서 슬로바키아 국경을 향해 우리를 실은 전용버스는 신나게 달렸다. 헝가리 대중교통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부다페스트는 단연 최고다. 교외 어느 곳이든 버스와 전철, 또는 지하철을 타고 한 번에 갈 수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교회


세 개의 지하철 노선 가운데 하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철도망도 잘 갖추고 있고 국영 철도회사 마브도 믿을 만하다. 하지만 좌석만은 사회주의 시절 그대로 형편없이 더럽다. 서방 세계에 비하면 철도 요금은 매우 싸다.  자동차도로로 말하자면, 이 나라엔 4차선 도로가 별로 없는데다가 도로가 안전하지도 않다.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도로가 갈라지고 여기저기 웅덩이가 생겨서 운전자는 불편하고, 차 수명은 줄어든다.
교통법규는 매우 엄격하다. 헝가리 운전자들은 넓게 탁 트인 벌판에서 말을 몰던 선조들처럼 차를 몬다. 도로상태는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자동차 경주에는 부적합하다. 그래서 당국은 속도 측정 카메라를 과속의 유혹이 많은 직선도로 구간마다 설치하고 경찰관을 배치해 놓았다.
교외에서는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한다.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단 한 방울을 마셔도 눈감아 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술집과 식당에서 술 대신 생 과일 주스를 마시는 새로운 풍조까지 생겨났다.  헝가리 인들이 친절하다고 해서 경찰도 그러리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경찰관들은 때로 권위를 과시하고 싶어서 일부러 까다롭게 군다. 물론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려는 흑심을 가진 경우도 있다.
 

헝가리의 넓은 초원


사소한 교통법규 위반이나 주차 위반은 현장에서 범칙금을 물린다. 경찰관은 영수증을 발부해주어야 하지만 그냥 돈만 슬쩍하기도 한다.  우리 일행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곧 찾아가 보게 될 폴란드의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관련이 있는 영화 「쉰들러의 리스트」를 감상하였다. 얼마를 달렸을까? 2시간쯤 달렸을까? 슬로바키아 국경선 검문소에 도착했다.
헝가리 경찰은 출국 도장을 빨리 찍어줬는데 슬로바키아 경찰 측에 넘어간 여권이 조금 시간이 지체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슬로바키아로 진입하면서 동구의 알프스라는 말이 실감났다.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국경지대에 걸쳐있는 알프스 산맥 중의 하나인 타트라 국립공원은 해발 2663m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