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서북쪽의 섬나라, 영국 일주여행

37.변덕스런 영국 날씨

달리는 말(이재남) 2022. 10. 27. 16:50

 변덕스런 영국 날씨

영국 사람들의 대화에서 날씨 이야기는 제일 위력적인 무기 가운데 하나가 된다. 영국의 날씨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영국날씨는 수시로 변덕을 부리며 그래서 야외행사를 계획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된다.

 

윈더미어 마을

윈더미어 마을

이런 날씨 아래서 수백 년 동안을 살아온 영국인들조차도 날씨의 변덕 앞에서는 당혹해 하는 것 같다. 눈이 내리면 온 나라의 교통시스템이 순식간에 마비상태에 빠지기 일쑤다. 마치 온 나라를 뒤져도 눈 치우는 삽 한 자루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봄이 되면 갑작스레 불어난 물이 넘쳐서 사람들을 연례행사나 치르는 것처럼 지붕꼭대기로 올라간다. 또 아름다운 가을의 낙엽은 기차운행을 막아버리곤 한다. 늦서리가 내려서 애지중지 키워온 화초를 몰살시키는가 하면 한여름에는 소나기가 쏟아져 마을축제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국인의 눈에는 좀 더 고매한 목적을 위해서 날씨가 조화를 부린다. 다시 말해 영국식대화에 풍성한 소재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날씨가 영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대화의 주제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불평을 늘어놓을 때 가장 즐겨 쓰는 소재다.
날씨가 좀 더우면 영국인은 그냥 더운 것이 아니라“너무 덥다”고 하고 좀 춥다 싶으면“동태가 될 지경”이라고 한다. 이것이 입에 발린 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시간 때우려는 대화를 하고 있거나, 그 자리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윈더미어 마을과 호수

윈더미어 마을과 호수

그도 저도 아니면 누구를 비꼬고 싶은 사람이 없을까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이럴 때 영국인은 마치 상대의 약점을 탐색하는 씨름선수같이 누가 날씨얘기를 하면, 그것은 칼로 찔러버릴까 그만둘까를 가늠해보는 중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한다. 
이런 변덕스런 날씨를 두고“영국의 날씨는 정말 지랄 같다”고 표현을 한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해만나면 밖으로 몰려나와 장소를 안 가리고 웃통을 벗어젖히고 일광욕을 즐기는 풍경을 연출한다. 물론 영국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고 유럽인들 모두가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윈더미어 마을과  호수

윈더미어 마을과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