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북해도 일주여행

일본 본토와 북해도 일주(17)-일본사람들의 수호신인 후지산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26. 18:08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 후지산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 후지산 

 하꼬네의 아시노호수

 하꼬네의 아시노호수

 하꼬네의 아시노호수

 아시노호수의 해적선(유람선)을 타는 곳

아시노호수의 해적선

 

 

전형적인 복식 화산지대인 하코네 여행의 또 다른 코스

 

1991년 하코네를 여행할 때를 머리에 떠올리면 그때는 로프웨이를 이용해서 오와쿠다니 계곡을 갈 수 있었다. 여행은 두 다리만으로는 부족하며 험준한 지형을 깎아 만든 관광지라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은 짤막짤막한 하이킹 코스뿐이다. 이 밖의 모든 길에서는 등산열차, 케이블카, 유람선, 버스 등 문명의 이기를 차례대로 이용해야만 한다. 게다가 이곳은 일본 최대의 관광지이니 요금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등산열차의 플랫폼은 JR선의 플랫폼과는 달리 오다와라역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이 가운데 첫 행선지인 고라행 열차의 출발 플랫폼은 11번과 12번이다.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보고 먼저 떠나는 등산열차를 타면 되는데 삐딱하니 산을 기어 올라가는 기차는 중, 고등학교 시절 지리시간에 한번쯤 들은 기억이 날만한 「스위치 백」식의 전형적인 등산열차이다.

똑바로 가던 열차가 도노사와와 오히라다이, 미야노시따 구간을 지나면서 앞뒤로 방향을 바꿔 올라가곤 하는데,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기차가 출발한지 30분쯤 지나면 고와끼다니역에 도착하며 화산지대인 오와쿠다니를 따라 생성된 작은 온천지대인 고와끼다니 곳곳에는 유황성분을 함유한 기포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다.

고와끼다니를 거쳐 도착하는 다음 역은 조고꾸노모리역, 이역에서 그 위쪽에 있는 등산철도의 종점인 고라역 사이에는 하코네의 유명한 미술관 두 곳과 공원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여유 있게 미술관을 돌아본 뒤에 하꼬네 등산철도의 종점이자 소운잔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의 출발점인 고라역으로 간다.

이 동네에도 별다른 볼거리는 없으니 오른쪽의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바로 들어가면 여기서 30도쯤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기어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딱 9분만 올라가면 소운잔에서 오와쿠다니를 거쳐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도겐다이 역가지 이어진 케이블카(로프웨이)의 출발역인 소운잔역에 도착한다.

이쯤부터 슬슬 사람들이 밀리기 시작하여 열차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지만 로프웨이에는 한정된 수만 탈 수 있다. 즉 늦게 가는 만큼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소운잔역에서 오와쿠다니 역까지의 구간에서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130m 높이의 아찔한 대협곡 사이를 외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15분 정도 가게 된다. 여기가 하코네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구간으로, 협곡 위를 지날 때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올 것이다. 어떻게 무려 4,035m나 되는 길이의 로프웨이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좀 더 진한 스릴을 맛보려면 발밑으로 펼쳐진 까마득한 협곡 밑을 내려다보며 낡아빠진 로프웨이가 과연 목적지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를 상상해보면 더욱 난감해질 것이다. 오와쿠다니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볼거리는 후지산과 어우러진 하코네 일대의 자연과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대협곡이다. 오와쿠다니는 3천년 전 산내부에 갇혀있던 수증기가 폭발하면서 만들어낸 화구의 일부다.

역을 빠져나오면 뽀얗게 올라오는 수증기와 진한 유황냄새, 끓어오르는 진흙 등 아직까지 기세등등하게 살아 움직이는 화산의 모습을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오와쿠다니역을 나오자마자 왼쪽의 전망대로 달려가 지금 막 지나온 길을 더듬어보면 아래로 푹 꺼진 협곡과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유황연기, 그리고 그 위를 위태롭게 오가는 로프웨이를 보고 있노라면 타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묘한 생각이 든다.
저 로프웨이가 안 떨어지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역 앞의 주차장 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죽 걸어 올라가 보니 기꾸라꾸라는 이름의 조그만 간이매점이 있다. 여기부터 일반적으로 오와쿠다니 자연연구로가 이어지는데, 지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붙여진 극락이라는 매점이름이 꽤나 재미있다.

이 매점 왼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걸으면 매캐하게 퍼져 나오는 유황연기와 안개처럼 눈앞을 가로막는 수증기로 휩싸인 산책로가 이어진다. 조용히 산책로를 걸으며 왜 이 화산지대를 지옥이라고 부르는지 생각해보면 평소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이 화산지대가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30~40분 정도이며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변을 획 둘러보면 날씨가 좋다면 저 멀리 활짝 펴진 부챗살 모양의 후지산이 보인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논스톱으로 도겐다이까지 내려가면 내려가는 중간에는 멀리 푸른 물결이 반짝이는 아시노코와 함께 초록색 잔디와 숲이 후지산과 어우러져 하코네의 장관을 연출한다.

 

일본사람들의 수호신인 후지산

 

일본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로 가장 놓칠 수 없는 것이 후지산(富士山)이다. 높이 3,776m. 산정상의 화구의 지름이 약 700m. 깊이 약 240m, 일본의 최고봉으로, 후지화산대의 주봉이며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원뿔형의 성층화산이다. 낮은 지역에서 솟아있으므로 화산체 그 자체가 높고 밑면은 지름이 35∼40km에 달한다. 북서쪽 산자락에는 오무로산(大室山)을 비롯하여 기생화산이 많고 남동쪽 사면에는 1707년에 호에이산(寶永山)의 폭발 화구가 생겨 산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

산체는 고미산(小御岳 : 2,314m)?고후지(小富士)의 더 오랜 2개의 화산체상에 분출한 현무암질의 용암류와 화산재? 화산사력(砂礫)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암은 유동성이 많아 아오키(靑木)평원과 같은 넓은 용암류(熔岩流), 후지 5호(湖)와 같은 언색호(堰塞湖), 용암 터널, 용암류상의 수해형(樹海型)을 형성하였다.

역사시대의 화산활동으로는 781년부터 1707년까지 10여 차례의 기록이 있는데 그 중에서 800년, 864년, 1707년의 분화가 특히 유명하다. 예로부터 일본 제일의 명산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 야마나시현의 가와구치(河口) 호반에서 고미산(스바루 라인)까지는 유료 자동차도로가 나 있고, 시즈오카현 쪽에는 오모테후지(表富士) 유료도로가 나 있다. 산정에는 최대 탐지거리 600km의 레이더를 갖춘 기상관측소가 있다.
후지하코네이즈(富士箱根伊豆) 국립공원의 대표적관광지로, 전역이 특별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사람들은 높은 산에 눈이 내리면 눈(雪)화장을 하였다고 좋아한다. 멀리서보면 눈이 내린 정상의 모습은 한조각의 구름 같다. 그래서인지 후지산 근처에 가장 많은 지명중 하나가 후지산을 본다는 의미의 후지미(富士見)이다. 후지산이 보이는 곳이라는 뜻도 된다. 사람들은 매일 한번 후지산을 보면 하루 운이 좋아진다는 속설도 있어 후지미에 집을 구하고 산다는 것이다.

후지산은 중국산동성의 태산보다 2배 이상 높고, 우리나라의 백두산의 높이 2,774m보다도 1,000m나 더 높다. 후지산이 일본열도를 수문장처럼 지키는 셈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후지산은 평지에 거대한 화산 폭발된 산이고 지금의 동경벌판은 그 후지산이 생성되면서 쏟아낸 재로 된 땅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지산이 활동이 완전히 끝난 사화산이 아니고 아직도 활동하는 활화산이라는 것에 일본사람들은 더욱 두려움과 신성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태평양전쟁 중에는 남태평양에서 발진한 미국의 폭격기가 구름위로 우뚝 솟은 후지산을 표적으로 날아와서 하강하면 바로 제국일본의 수도동경이 내려다보여 폭격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고 전한다.

후지산의 아름다움과 실체성의 양면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는 예부터 후지산 신앙이 내려왔다. 멀리서보면 성스럽게 보이는 모습에서 후지산을 성지로 생각하고 열심히 산을 오르고 하였다고 한다. 정작 오르지 못하는 사람은 미니 후지산을 만들어 놓고 오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에도시대(17세기~19세기)에 후지산 신앙단체인 후지코우(富士講)라는 종교단체는 그 세력이 너무 강하여 위기감을 느낀 에도막부가 해산명령을 내린 때도 있었다고 한다.

후지산은 겨울의 경우, 눈으로 특수한 장비가 없으면 오를 수 없지만 여름 한철은 누구든 등산할 수 있다. 3,770m중에 2,305m까지는 자동차길이 잘 되어 있어 자동차로 오른다. 그 곳이 후지산을 10등분하면 50%정도 오른 지점이 된다. 산 정상까지는 4~5시간 소요된다. 정상에 오르면 거대한 분화구가 있다. 후지산 정상의 분화구에는 백두산의 천지 같은 연못이 없다. 신사가 있어 등산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빈다. 또한, 언제 연기가 오르면서 분화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후지산은 기록에 의하면 8세기이후 10번 정도 분화하였다고 한다. 2003년 9월에는 후지산록에 소규모 함몰된 곳이 발견되고 그곳으로부터 35℃정도 뜨거운 수증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후지산이 폭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활화산의 후지산은 가끔 연기가 나오곤 했을 것이다. 지금의 동경근처를 개척한 平安시대의 무사들이 현지에서 들은 「후지」라는 이름에 山을 붙여 그 발음에 유사한 한자(富士)를 붙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외에도 영원하다는 부사(不死)라는 의미의 후지, 유일하다는 不二의 의미에서 후지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사람들이 후지산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신년이 되어 꿈에 나타나면 좋은 것 셋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 첫째가 후지산이다. 후지산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재앙을 갖고 있지만 일상의 서민들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명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