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터키 여행

그리스와 터키를 다녀와서(29)-터키의 이스탄불

달리는 말(이재남) 2005. 9. 16. 11:39

유럽쪽 이스탄불에서 바라본 아시아쪽 이스탄불과 두곳을 잇는 보스포러스 대교 

 

히타이트, 아시리아 같은 고대 오리엔트 문명에서부터 그리스 로마, 초기기독교, 비잔틴문화 그리고 이슬람문화의 진수들이 이스탄불이라는 한 도시, 그것도 길 하나 사이를 두고, 또는 한 장소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성 소피아, 블루모스크, 테오도시우스의 오벨리우스, 톱카프궁전, 지하궁전 등이 몇 분 거리 안에 산재해 있는 곳이 바로 이스탄불이다. 단지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스탄불은 BC 660년 전 최초로 그리스인들이 이주 정착하여 상업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스탄불(ISTANBUL)-성 소피아 성당(ST. SOPHIA CHURCH)-내부


그 후 AD 196년 로마황제 셉티미우스가 이 도시를 점령, 로마제국의 영토로 편입된다. AD 330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이곳을 로마제국의 수도로 공표, 자신의 이름을 따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부른다. 그러다가 이 도시는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된 395년 이후 동로마제국의 수도가 되었으며,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동로마제국은 역사가들에 의해 비잔틴제국으로 불려진다. 527년부터 565년까지는 비잔틴제국의 최고 전성기로서 이스탄불에 현존하는 대부분의 기독교 유적들은 이 시기에 축조되었다.
그러나 1453넌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은 동부 아나톨리아 지방으로부터 세력을 팽창해오던 터키 부족의 오스만제국의 침공으로 함락되고 수도 이름은 이스탄불로 바뀌었다. 그 후 이스탄불은 약 450년에 걸쳐 오스만제국의 수도가 된다. 1876년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국회를 수립, 입헌군주국을 표방하게 되지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함께 연합국에 합류했다가 패전한 뒤 서구 열강들의 세력 각축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사원(불루모스크)


그러던 1919년 「터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스타차 케말 파샤가 그리스군의 침공을 물리치면서 독립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 독립을 쟁취한다. 드디어 1923년 10월 29일 터키공화국이 선포, 오스만제국은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렇게 부침이 심했던 이스탄불이 그저 단순한 나라의 수도가 아닌 제국(帝國)의 수도였다는 점은 매우 독특한 유산을 남기게 했다.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이라는 3대 제국의 수도로서의 이스탄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며 그 모습은 어떠한가?
세 제국의 수도로서 이스탄불의 역사지구는 바로 베야지트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 내에 모여 있다. 이 도시는 로마와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가 유적지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그곳은 진정 토인비의 말대로 『인류문명의 살아있는 거대한 옥외박물관』이라 할만하다.

 

이스탄불(ISTANBUL)-보스포러스 해협(BOSPHORUS STRAIT) 크루즈

 


이스탄불이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교류되고 혼합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스탄불이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 그러니까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접점으로서의 위상과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으로 인하여 항상 다민족의 각축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걸어 보라! 로마제국 시절에 포장된 것으로 보이는 반질반질한 돌길이 너무도 정겨우며, 심지어 지난날의 영광과 향수를 느끼게 하지 않던가? 어쨌거나 관광의 대부분이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시정부는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시내 지하철을 건설하고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해저 전철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탄불의 톱카프궁전

이스탄불의 톱카프궁전

이스탄불의 톱카프궁전


터키 정부는 수도인 앙카라에 행정?외교 등을 떠맡기고 있지만, 구수도인 이스탄불은 지금도 여전히 수도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현재 이스탄불은 경제, 문화, 관광, 통신의 중심지로, 대부분의 국제회의, 박람회, 음악회, 패션쇼, 체육경기 등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제반시설이 집중되어있는 데다 세계적인 인지도 또한 갖추고 있어 도시는 늘 활기로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