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이별 -황학주 시인-
그 길에 들어가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밤늦도록 빗속에
천 가죽처럼 묵직하게 처진
바오밥나무 고목들이 줄 서 있고
그 길에 가는 당신을 못 비치는
무뚝뚝한 등이 서 있습니다
헌 세상 같은 밤이 차고에 들고
얼룩이 배어 있는 이마를
나는 핸들 위에 가만히 찍습니다
-바오밥나무-
동이 트면 다시 진행될 사랑이었습니다
진흙 옥상에 화단 한 평은 올렸을 사랑이었습니다
비 개이면 킬리만자로에서도 맞은편이 보일는지
신음소리 없는 인연을 바랄 턱도 없었겠지만
사랑은 병 깨는 소리에 놀라는
참 오래된 밥집만 남은 쓸쓸한 공원 같습니다
- 킬리만자로-
무변대해라고 당신 말하겠지만
내게서 아주 멀리 가는 당신의 전부가
이제 첫 생에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포대기를 깔고 덮은 구원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거네요
움푹한 영혼이 살았던 방바닥에
입맞춤 하나가 아직 일어나지 않지만
이제야 길을 잃어도 내가 없는 당신만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