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이 보는 외국인
외국인과 이국적인 것에 대한 영국인의 관점은 매우 단순하다. 수도 런던과 잉글랜드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이국적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심지어는 같은 영국국민인 아일랜드 인이나 웨일즈인 까지도 외국인 취급을 하면서 자기네가 원래부터 더 잘난 족속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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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웃기는 것은 이것이 절대로 편견이 아니며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잉글랜드사람들은 아일랜드사람들을 기껏해야 괴상한 야만인으로 취급하며, 심사가 뒤틀리면 아예 미친놈 취급을 한다. 또 웨일즈인은 속임수를 잘 쓰고, 스코틀랜드인은 고집이 세고 야비하고 매력이 없고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일랜드인, 웨일즈인, 스코틀랜드인은 해협을 사이에 둔 끔찍한 이웃 프랑스인에 비하면 훨씬 양반이다. 프랑스인과 영국인은 오랜 세월 씨름을 해온 라이벌 관계이고, 그래서 둘 사이의 관계는 애증의 쌍곡선을 이루고 있다. 영국인은 프랑스를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식과 문화, 특히 프랑스가 프랑스인의 땅이 아니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인들은 14세기부터 15세기에 걸쳐 무려 120년 동안이나 프랑스와 전쟁을 해서 이 아름다운 땅을 거의 다 손에 넣었다. 결국 오를레앙에서 잔 다르크라는 처녀 아이에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고 퇴각하기는 했지만, 그들로서는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땅이 프랑스다.
영국인들은 휴가철마다 떼를 지어 몰려가 프랑스의 휴양지를 영국남동부 서리(Surrey)주의 시골마을처럼 만들어 놓곤 하는 것도 이런 잠재의식의 표현인지 모른다. 영국인이 보기에 프랑스인은 경박스럽고 지저분한 호색한으로 치부한다. 그런데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영국인은 어떨까? 궁금하다. “영국인은 속이 좁고 교양이 없으며 악간 우스꽝스러운 데다 옷 입는 것도 촌스러우며, 여가시간이 나면 기껏해야 정원손질을 하거나 크리켓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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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국식선술집에서 걸쭉하고 늘큰하며 미적지근한 맥주를 마시면서 소일하는 민족이다”라고 생각한다. 독일인에 대해서는 조금 모호하다. 독일인은 과대망상 증세가 있고 요리솜씨가 형편없는 말 잘 듣는 족속으로 취급한다. 자기네 왕실이 독일인의 후예라는 사실은 속 편하게 잊어버리고서 독일인을 박대하는 것이다. 18세기 초엽 앤 여왕이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자, 영국왕실은 앤 여왕의 유지를 받들어 북독일 하노버 가문의 조지1세를 영국 왕으로 모셔왔고, 19세기 중반의 조지 4세까지 그 직계자손들이 왕위를 대물림한 바 있는데 말이다.
영국인은 독일인을 보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지긋지긋했던 제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고“전쟁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야지”하고 다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사람이 전쟁을 겪은 세대일까 아닐까 저울질을 한다. 그 외의 유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독일 사람들은 보통 영국인을 좋아하지만, 지난날 이 짝사랑 때문에 숱하게 속을 끓였다.
정치, 사회, 산업과 기술 등 눈부신 진보적 업적을 이룬 영국은 최상의 모범이었다. 그들은 영국인을 매우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독일인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영국보다 산업혁명과 근대화가 한참 늦었던 독일에게 영국은 선생님의 나라였다. 한때 앵글로 마니아라는 영국병이 지식계층을 휩쓴 적이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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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사람들은 신경질이 많고 거짓말을 잘하며, 스페인사람은 게으르고, 러시아인은 음흉하고, 스칸디나비아인, 네덜란드인, 벨기에와 스위스인 등은 아둔하다는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으며, 미국인과 호주인은 천박하고 캐나다인은 따분하다.
그리고 동양인은 모두 수수께끼 같고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속마음을 알려면 몰래 열쇠구멍에 귀를 대고 엿들어야 한다. 면전에서는 상냥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은 척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결점에 대해서는 관대한 척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침을 튀기면서 외국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니까 마음을 풀어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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