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고갱은「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를 그렸다. 화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그림은 그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완성한 철학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그 당시 고갱은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어 있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때 죄악의 도시라고 부르던 파리를 향해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달라며 구걸하기도 했다.
이 일로 세상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졌고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고갱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독초를 먹었다. 당시 그는 죽은 뒤 산짐승이 자신의 시체를 먹는다면 완벽한 해탈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고갱은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폴 고갱의 작품「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유채, 보스턴 미술관

그 일이 있은 뒤 고갱은 전에 없이 창작에 강한 집념을 불태웠다. 그는 죽기 전에 반드시 위대한 작품을 그리겠다는 결심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꼬박 한 달을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는 어느 날 너무나 생생한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난 뒤 캔버스를 마주하자 그의 눈앞에는 간밤의 꿈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라는 철학적인 명제가 이 그림의 제목이 되었다. 화면 오른쪽에는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가 있고, 가운데에는 한 젊은이가 나무 열매를 따고 있다. 화면 왼쪽에는 인생의 말년을 맞이한 노파가 등장한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인류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그림은 1898년 파리에서 전시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고갱이 기대했던 것만큼 호응을 얻진 못했다. 고갱은 이 작품을 두고 자신의 최고 역작이라고 누누이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의도를 의심했다.

폴 고갱「기괴한 모습을 한 고갱」, 도자기 조각, 높이 28cm,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즉 계획적으로 의도된 대작이라는 것이다. 고갱은 나이를 먹을수록 화가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매우 조급해했다. 그래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대작을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이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거대한」작품의 반열에는 올랐지만,「위대한」작품으로는 추앙받지 못했다. 고갱은 또 다시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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