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보았는가? 핀란드로 향하는 바이킹라인에서 바라보았던 북대서양의 푸른 바다도, 포르투갈의 로까곶에서 내려다본 대서양의 넘실대던 파도의 하얀 거품도, 그리스 에게해의 짙은 바다도 이처럼 고요하게 빛나고 있진 않았던 것 같다.
타오르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려는 듯 끝없이 펼쳐진 모나코 앞 지중해의 푸른 물결은 금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렇게 바다는 그저 고요히 넘실거리고 있을 뿐이다. 모나코왕국 요새의 전망대 아래로는 조용한 계단이 이어져있고 온갖 종류의 선인장과 나무로 둘러싸인 계단 한편의 작은 공간엔 다정한 연인들이 하나뿐인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울창한 나무가 제공해주는 그늘을 벗 삼아 눈앞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이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모나코 왕가의 문양-
누군가가 말했다. 바다는 모든 것을 다 받아 주기 때문에 바다라고 부른다나? 이들 역시 서로의 마음을 눈앞의 저 바다처럼 조금의 망설임 없이 모두 다 받아주기를 약속했던 건 아닐까? 그 뒤로 멀찌감치 떨어져 그 벤치에 앉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또 한 쌍의 연인들이 서있다. 아무래도 연인들만의 명당이 아닌가 싶다. 계단을 내려오니 요새 위에서 바라본 항구가 나타난다. 항구 뒤로 활기 넘치는 모나코 시가지가 펼쳐져 보이고 있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자 이제는 익숙해진 유럽의 풍경에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무료함에 젖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유럽의 아름다운 소도시를 두루 돌아다닌 우리에게 모나코는 그리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어디선가 본 듯한 거리의 풍경과 그리 놀라울만한 문화적, 역사적 유적도 딱히 없는 이 나라는 카지노와 그랑프리 그리고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켈리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으로 유명할 뿐이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찾아온 그리말디家 재정의 악화는 결국 이 나라가 독립주권국을 지탱하기 어려운 경제적 난국을 초래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모나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모나코-
그에 대한 방안으로 1863년 샤를3세에 의해 시행된 카지노사업은 오늘날 전 세계 백만장자들의 손과 발을 묶어두기 시작했다. 카지노사업의 대성공으로 숙박시설, 극장시설 등이 정비되었고 결국 오늘날과 같은 관광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지만 관광보다는 휴양국가라 함이 더 옳을 듯싶다.
지중해의 푸른 물결에 몸을 식히다 지루해질 때쯤 잠시 이곳에 들러 카지노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다 가는 그런 휴양코스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돈 많은 부유층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뿐이다. 정장차림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카지노가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이곳에선 거리의 부랑자나 두 눈이 충혈이 된 흑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비록 세금을 내지 않고 징병제도도 없는 꿈의 낙원이지만 그러한 것들은 아마도 부르주아만의 유토피아적 산물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겐 아니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저 그레이스켈리의 흔적과 샹송 모나코의 감미로운 선율이 떠오르는 그런 나라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작은 나라가 가져다주는 묘한 매력이 달콤하고 또 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니스와 칸으로 오갈 수 있는 길목에 버티고 있는 모나코의 매력, 즉 서로 상반된 두 해변의 풍경에 지칠 때 쯤 잠시 들러 이렇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소국 모나코를 잠시나마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나코의 몬테카롤로-
-모나코의 몬테카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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