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패션의 나라, 프랑스 일주여행

51.샤갈의 자취를 남긴 생폴드방스

달리는 말(이재남) 2022. 1. 14. 16:48

새로운 태양이 빛을 발하며 떠오르는 2016719일의 아침은 6시경에 침대에서 내려와 오늘의 여행을 시작한다. 이날 아침은 750분쯤 호텔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호텔직원이 정해주는 좌석에 앉아 식사를 마친 9시경,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다던 생폴드방스를 향하여 전용버스를 타고 니스를 떠나온다.

 

-수많은 인파들이 714, 트럭테러를 당했던 이곳저곳에 모여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30분 쯤 달려서 도착한 생폴드방스는 아를에 비하면 소담스럽고 앙증맞은 마을이랄 수 있다. 고급스러운 숍들과 늘씬한 해변에 지친 여행자들에게는 안식이 되는 예술가의 고장이다. 샤갈, 르느와르, 마네, 마티스, 브라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은1900년대 초반 이 마을을 찾아 몸을 기댔던 예술가들의 면면들이다. 어느 돌담길에 들어서든 지중해의 호젓한 마을을 찾아 그들이 내딛었을 흔적들에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 생풀드방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풍경과 들어서는 입구의 모습이다 -

-생풀드방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풍경과 들어서는 입구의 모습이다-

-생폴드방스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작은 갤러리가 많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 인근에는 이들 예술가들이 숙박료 대신 그림을 제공하고 묵었다는 호텔이 자리 잡았고, 돌담으로 멋지게 단장한 제법 규모 있는 미술관도 위치해 있다. 생폴드방스의 터줏대감이었던 샤갈은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0여 년간 이곳을 제2의 고향으로 섬겼다. 그가 산책했던 골목길과 언덕아래 코트다쥐르의 아름다운 풍광들은 작품의 소재이자 오랜 반려자였다. 성벽 안에 들어선 아뜰리에와 자갈길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덜커덩거리는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니 마치 요새처럼 솟아 있는 생폴드방스는 아득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의 첫 인상부터가 바깥세상과의 단절의 이미지가 깊다. 외관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한 가운데에는 교회당이 우뚝 선 외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성벽 안으로 들어서면 골목길들은 16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중세의 고풍스러운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그랑드 거리와 미로 같은 샛길들은 갤러리와 아뜰리에가 가득하다. 이곳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이자 작업실인 갤러리들은 무려 70여개에 이른다.

 

-생폴드방스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생활터전이자 수많은 갤러리가 있는 마을이다-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간판 하나, 문패 하나라도 예사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길가에 내걸린 엽서 한 장과 수공예품들도 큰 도시의 기념품가게에서 흔하게 접하는 것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마을은 훌쩍 둘러보면 1시간이면 족한 아담한 규모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데는 그래서 꽤 오랜 시선과 고민이 필요하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명성 높은 노천레스토랑도 들어서 있고, 예술인들이 기거하며 잠과 식사를 해결했다던콜롱브 도르 호텔도 위치해있다. 그랑드 거리 한 가운데의 17세기에 만들어졌다는 분수는 이방인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발길을 멈추는 휴식처이자 마을의 이정표다. 덩굴로 단장된 담장, 문 앞에 놓인 화분, 매혹적인 자갈바닥 등 길목의 모든 것들은 생폴드방스의 운치를 더하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생폴드방스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그랑드거리같은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산책했다-

 

마을과 가깝게 닿는 마그 미술관에는 샤갈, 미로, 피카소 등의 작품이 소장돼 있는 야외 숲에서 오붓하게 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샤갈은 한때 니스에 있던 본인의 미술관을 생폴드방스로 옮겨놓으려 하였으나 소망을 이루지는 못했다. 대신 자신이 즐겨 찾던생 끌로드 예배당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노년의 여유를 즐겼다. 마을 입구 반대쪽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샤갈은 이곳에 잠들고 있어 생폴드방스와의 인연을 사후에도 이어갔다.

 

-마르크 샤갈의 초상화-

 

대가의 무덤은 화려하지 않고 마을처럼 소담스러운 분위기였다. 샤갈과 미술가들 외에도 생폴드방스는 여러 유명한 인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의 배우인 이브 몽탕 역시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디카프리오가 밀월여행으로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폴드방스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생활터전이자 수많은 갤러리가 있는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