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62.『울릉약소(藥牛)』

달리는 말(이재남) 2021. 2. 15. 22:05

『울릉약소(藥牛)  

울릉도의 음식은 대체로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토박이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에서도 맨손으로 험준한 자연에 맞서 삶터를 일군 개척민들의 근면성과 검약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별미음식은울릉약소,홍합밥,산채비빔밥,오징어,호박엿으로서울릉오미(鬱陵五味)라 불린다. 적어도 이 다섯 가지만큼은 꼭 한번쯤 맛봐야 제대로 울릉도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해양성기후를 나타내고 있는 울릉도에는 목초(牧草)가 풍부하다. 그 종류만도 575종에 이르는데, 그 중에는 섬바디·부지깽이·전호·복분자·독활·엉겅퀴·보리수·송악 등 소가 좋아하는 목초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울릉도 약소-  

현실적으로 울릉도에서는 배합사료로 소를 사육하기가 어렵다. 육지에서 운반해오는 일도 쉽지 않거니와 값도 비싸서 소에게 먹일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그러니 울릉도의 소는 여기저기 지천으로 돋아난 자생식물만 뜯어먹고 자란다. 이 섬의 자생식물은 산채 아니면 약초이다. 그것을 먹고 자란 소의 고기 자체도 약이 된다. 그래서 약소(藥牛)울릉약소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섬바디이다. 미나리과의 울릉도특산식물인 섬바디는 위암, 자궁암, 대장암 등의 암세포의 확산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초이기도 하다. 섬바디 줄기를 쪼개면 우유처럼 하얀 즙이 흘러나오는데,풀에서 나는 우유라 불리는 이 즙 때문에 소가 유달리 섬바디를 좋아한다그래서 한때는 울릉도 최대의 평지인 나리분지를 비롯한 섬 곳곳에 많은 섬바디밭이 조성되기도 했다. 울릉약소의 시조는 1883년에 첫 개척민과 함께 들어온 암수 1쌍이다. 그 뒤로 18926월에는 울릉도주민 몇몇이 경상도 울진에 가서 암컷 3마리, 수컷 2마리의 송아지를 콩 30섬과 맞바꿔 들여오기도 했다. 

-울릉도 약소 고기와 반찬-

-울릉도 약소 고기와 반찬-  

이후 울릉도의 소는 사육두수가 크게 늘어났고, 1960년대에는 매년 100~200 마리씩 육지로 반출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포항 우시장에는 울릉약소를 구입하러 온 상인들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게다가 울릉약소는 육지의 소보다도 훨씬 높은 값에 거래되었다가축별로 울릉군의 축산 추이를 살펴보면, 한육우의 사육 마릿수는 19751,572마리에서 19781,861마리로 증가했다가 19801,522마리, 1990792마리, 2000653마리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0912월 현재 703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이 우수한 한육우로, 울릉군 축산농가의 높은 소득원이 되고 있다. 울릉군의 한우는 대부분 육우로 사용되고 있다산채나 약초 등 고소득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우사육으로 인한 수입이 적기 때문에 한우를 사육하는 가구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최근에는 축산특산물로는 울릉약소를 키우고 있다. 울릉약소는 650마리에 불과해서 자체수요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 약소는 근육질의 붉은 빛이 육지의 소고기보다 선명하고 지방질의 색깔은 약간 누렇다자생식물 특유의 향기와 맛이 배어 있어 노린내도 나지 않는다. 또한 배합사료로 사육된 육지의 소들과는 달리, 육질이 비교적 질긴 편이다. 옛날 시골에서 풀과 여물만 먹여 키운 토종한우와 아주 흡사한 육질과 고기 맛을 지녔다. 그래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 맛에 길들여진 육지관광객들 중에는 울릉약소가그저 그렇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울릉약소의 진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몇 가지의 방법이 있다. 

-울릉도 약소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

-울릉도 약소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  

울릉약소의 고기 맛을 돋우기 위해 양념이나 숙성을 하지 않는다. 갓 잡아 신선한 생고기이기 때문에, 얇게 썰어서 살짝 익혀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육회로 먹어도 좋을 만큼 신선해서 오래 구우면 오히려 고기가 단단하고 푸석해진다. 불판에 닿자마자 바로 집어먹는 게 좋다. 육질이 고들고들하고도 쫄깃한 약소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지며 깊은 맛을 낸다. 잊지 말아야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약소고기는 상추나 깻잎에 쌈장을 넣고 싸먹는 것보다도, 바닷물에 절여서 설탕과 식초로 양념한 명이절임에다 싸 먹어야 더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