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러시아여행

6.러시아사람들의 문화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17. 08:18

러시아사람들의 문화


땅과 날씨의 영향을 받는 러시아인의 생활 방식

 

어디서나 그러하듯 러시아인의 생활 방식도 땅과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광활한 초원 지대에서 태어나 살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도시 근교의 우중충한 방 두 칸짜리 아파트 입주 허가를 받으려고 안달복달하는데, 이건 분명히 날씨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도 난방이 시원치는 않지만 그래도 시골 주택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봄은 습도가 높고 너무나 질척거려서 나다닐 수가 없을 정도이며, 사실상 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5월 중순까지도 눈이 내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여름에는 못 견딜 정도로 덥고 도로는 먼지 구덩이로 변한다. 위도가 높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엔 백야현상 때문에 밤 12시에도 초저녁이나 비슷하다. 가을은 갖가지 색깔의 단풍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러나 습도가 높고 도로는 다시 진흙 구덩이로 변해 다닐 수가 없을 정도다.

 

러시아의 지도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하리만치 춥고 사방이 눈 천지여서 도로는 있으나마나다. 그런가하면 아침 10시가 넘어야 해를 구경할 수 있고 오후 네 시가 넘어가면 벌써 어두워진다. 러시아인은 자연의 한없는 관대함을 일반적으로 믿고 모국 러시아의 은혜를 각별히 믿는다. "인생은 달콤하지만 짧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벌써 눈 속에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이것이 러시아인의 인생관이다.

순진한 유럽 사람들은 선전용으로 만들어 놓은「러시아 병원」, 「러시아 학교」, 「러시아 노동자 아파트」 따위를 견학하면서 러시아가 정말 사회주의 낙원이라고 한동안 믿고 있었다. 사실 이런 것은 모두 전국에서 가장 시설이 잘 되어있고 최고위 당 간부들이나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수도원 호숫가(공원)-이 수도원은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수도원 중의 하나이며,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돤 곳으로 각국 정상들이 모스크바에 오면 꼭 다녀 가는 곳이라 하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도 이 곳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서유럽보다도 50년은 족히 뒤 떨어진 러시아의 건강관리 수준

 

제 정신이 있는 러시아인이 건강과 관련해서 바라는 것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 의사가 대부분 여자라거나 의사들의 기술이나 봉사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반창고에서부터 진통제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 의사들은 적은 보수를 받고 아주 나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데, 환자에게 쓸 부목을 만들기 위해서 의사들이 숲에 가서 나무를 베어 온 사례가 있을 정도라니까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치과에 갈 때 마취 치료를 기대하는 환자는 아예 없다. 러시아의 건강관리 수준은 미국이나 호주는 둘째 치고 서유럽보다도 50년은 족히 뒤떨어져 있다. 약품은 물론이요 혈액검사와 X-Ray등 진단장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러시아인의 또 다른 약점은 민간요법이나 종교적 질병 퇴치법만을 우직하게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노보데비치 수도원 호숫가(공원)

 

 

가장 아름답고 좋은 어린 시절의 러시아사람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러시아인은 보통 종교를 중요시한다. 그리스도교의 분파인 러시아 정교회의 기원은 10세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슬라브 왕국인 키예프루시의 통치자 블라지미르 대공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이래 천 년의 긴 세월 동안 러시아 정교는 지배적인 종교로서의 지위를 굳게 지켜왔다.

러시아 정교회의 교회는 어둡고 향냄새로 가득 차 있다. 흔들리는 촛불이 성상을 비추는 가운데 성가대는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른다. 러시아인에게 성상이나 성화는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정말로 성스러운 것이다. 러시아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은 가장 아름답고 좋은 시기이다. 하지만 실제 아이들을 보면 극단적으로 흐르기 쉬운 러시아적 경향대로 무작정 떠받들어 키워서 아주 버릇이 없든지, 아니면 대책 없는 주정뱅이 부모한테서 버림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날이 갈수록 심각하게 약물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기로는 별 차이가 없다. 오늘날 러시아 부부들은 아이를 하나만 낳는다. 삶이 너무나 고달프고 힘들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사 노동까지 전담해야 하는 탓이기도 하다. 러시아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생활력도 강하고 능력 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모스크바 모스크바 강 유람선, 크루즈

모스크바 모스크바 강 유람선, 크루즈

 

 

러시아사람들의 문화

 

매사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처리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버릇은 매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잘라 놓고서는 곧바로 사과를 한다든 가, 시내에서 길을 잃은 사람을 만나면 자기의 목적지에서 얼마를 벗어나든지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이 가려고 하는 곳까지 거의 직접 데려다 주다시피 하는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서로 억세게 껴안는 것을 인사로 삼는다.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악수를 한다. 가까운 친구끼리는 두 볼을 번갈아 가면서 세 번 키스한다. 3이 행운의 숫자라고 믿기 때문에 그들은 무슨 일이건 세 번 한다. ?하느님도 삼위일체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들 러시아인이 병적으로 집착하는 주요 대상은 말과 술 그리고 비밀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쉬지 않고 떠든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걸으면서 말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기 때문에 러시아인과 함께 거닐면서 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비밀은 노골적으로 말하면 염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역사를 대충만 훑어보면 외국인과 외국 기술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염탐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련시절에 만든 호텔들에는 도청과 감시를 위한 온갖 시설을 갖춘 이른바 「서비스 룸」이 있었다.


민속공연을 하는 모스크바 공연극장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있다. "허용된 것은 없다. 하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없다.? 이건 모든 종류의 법과 규제에 대한 러시아인의 태도를 요약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을 비틀고 어기고 피하고 무시해야 하는 존재이다."  예를 든다면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면 운전자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사실 오늘날 러시아에는 사실상 믿을 만한 법질서가 없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과, 뇌물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쓰면 어지간한 문제는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보수, 훈련, 장비 등 모든 면에서 러시아 경찰은 절박한 상황에 있으며 신체 조건상 부적합한 사람이 경찰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찰관 선발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탓에 건달도 경찰에 입문할 수 있었다.

이제는 보수와 근로 조건이 많이 개선되어서 경찰수준도 향상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문제가 금방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일행이 탄 모스크바 지하철의 노약자 좌석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거의 형식적인 것 같다. 가끔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도 보였지만, 눈에 띄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 보였다.            -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크렘린궁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크렘린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