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러시아여행

7.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린 외국인에 대한 특별 대접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17. 08:20

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린 외국인에 대한 특별 대접


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린 외국인에 대한 특별 대접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인 푸쉬킨,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등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 바로 아르바트거리이다. 이 거리는 스탈린 양식의 거대한 외무성 건물까지 계속되는 마치 우리나라의 대학로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70년대에 새로 생긴 신아르바트거리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서 현재는 모스크바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다. 일행은 그 아르바트거리를 거닐면서 푸쉬킨과 그의 부인 나타리와 함께 서있는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이무수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면서 또 걸었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


이 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경멸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절대로 진심이 아니라 외국인 친구의 태도를 시험해 보려는 제스처이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한 가지 확실하게 인정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러시아인은 게으르고 또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군인이 국경을 돌파하여 민스크와 키예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곧바로 칠 수 있는 곳까지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러시아 지도자들은 독일 군인들이 러시아 영토에 절대로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할 거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런가하면 러시아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관심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내심 외국인들이 자기네를 문명인으로서 뒤떨어진다고 보면 어쩌나 남몰래 걱정이 많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외국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엄청 애를 쓴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데에다, 합의를 준수하고 언제나 규정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려고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에 대한 특별대접은 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렸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푸쉬킨과 그의 아내 나탈리야 동상

 


박물관 앞에 내국인 관람객이 아무리 길게 줄을 서 있어도, 외국인 여행자는 먼저 들어갈 수 있다. 러시아 땅덩어리는 넓고 넓어서 외국인보다 더 먼 길을 온 내국인도 있을 터인데 말이다. 러시아 도시에는 외국인 전용호텔이 있다. 공산체제가 무너지기 전까지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류 호텔은 내국인 출입 통제 구역이었다. 러시아인은 외국인 친구가 현관 앞까지 나와 기다리다가 직접 데리고 들어가야 호텔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을 특별히 대접한다고 해서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방어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격적이라는 말이다. 끔찍한 과거사 때문에 러시아 사람들은 독일인에 대해서 유감이 많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 제시간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꼬박 일하고, 질서, 근면, 철저함과 깨끗한 마무리를 짓는 독일인을 그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로 존중하는 편이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아르바트 거리에서 만난 노점 그림들

 

 

그 덕택에 독일인은 18세기 러시아에 폭넓게 진출하여 자리를 잡았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상권의 중심을 장악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깊이도 교양도 없는 멍청한 사람들이 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미국인 뒤통수에 대고 우스갯거리로 삼는다. 미국 산업의 성공은 이해할 수도 없고 공평하지도 않은 사태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중심이기나 한 것처럼 거만한 눈으로 이웃 나라를 보는 러시아인들

 

그런가하면 프랑스인은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괴상한 족속으로 통한다. 러시아의 명문가에서는 몰락한 프랑스 귀족을 가정교사로 들이는 전통이 있었다. 중세 이래 프랑스는 러시아 귀족 사회가 러시아 귀족사회가 동경해 마지않았던 문화 선진국이었으며, 프랑스 말을 하지 못하면 귀족 사회에서 교양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영국인에 대해서는 정서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훌륭한 구식 영국인」을 좋아하는 편이다. 영국인은 고급구두와 우산을 잘 만들고, 아직도 런던이 안개 낀 거리와 중절모자를 쓴 남자들이 붐비는 도시인줄 안다. 러시아인들은 자기네가 제국의 중심이기나 한 것처럼 거만한 눈으로 이웃 나라를 본다. 폴란드인은 교활하고 믿을 수 없는, 자기 할머니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족속이라고까지 생각한다. 폴란드인도 러시아인에 대해 똑같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서 공평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폴란드 여자가 예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모스크바 알렉산드로프 정원 Александровский сад의 분수대

 


아르메니아인, 그루지야인, 아제르바이잔인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은 덕분에 비로소 질서를 알게 된 종족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저것 좀 봐,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면 저렇게 엉망이 되고 만다니까!”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은 견원지간이어서 영국인과 프랑스인 사이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러시아인은 일단 잡담을 시작하면 끝낼 줄을 모른다. 일단 토론이 벌어지면 몇 년 정도가 아닐 몇 백 년을 끌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제스처를 좋아한다. 러시아 사람은 쓸데없는 수다를 떨지 않는다. 몇 분 정도 나누는 대화에서조차 인생의 의미를 들먹이는 철학적 토론을 벌인다. 이 나라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슨 주제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스크바 유럽 광장(Площадь Европы)

 


하지만 남녀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 지저분한 농담을 해서는 곤란하다. 거짓말은 러시아인의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이 나라사람과 거래를 하거나 연애를 할 때는 이것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 나라사람은 비참한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 결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실을 감춘다. 이 나라말은 표현이 풍부하고 간결하고 아름다운 언어이다. 사람들이 말을 할 때 보면, 다른 언어에서 쓰이는 짧은 단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 나라사람들은 외국어에 대해서 기발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재미있는 말장난도 잘 하고 외국어를 빌려다 쓰는 데도 능하다. 이들은 프랑스처럼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국가 기관을 만들지도 않는다. 모든 이 나라 아이들은 투르게테프가 남긴 찬사를 배우면서 자란다. “아, 강하고 힘찬 러시아어여! 이런 언어를 가진 인민이 어찌 위대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삶의 다른 분야에서처럼 이 나라의 교육도 지난 몇 년 동안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교복이 다시 도입되었고 학교별로 알아서 디자인을 정하게 되었다. 사립학교와 대학도 많이 설립되었다.

옛날에는 고등교육 기관에 입학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지만, 일단 들어가서 졸업만 하면 보수와 전망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러시아 지식인들은 박식하고 외국어도 잘 하지만 돈벌이는 그렇지 않다. 요사이는 자동차를 세차하는 사람의 이틀 동안 번 돈이 대학 교수의 한 달 봉급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모스크바유럽스타일건물

모스크바 키예프광장을 지키고 있는 성이삭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