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법 위반」
『퇴직한 동료(왕경석, 장석동) 두 선생님과 종로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눈 뒤 귀가하던 2014년 4월15일 오후 4시반경,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이재남 씨 인가요?" 라고 묻는 여성의 목소리다. "네, 그렇습니다." 그 여성의 목소리는 "시리아에 다녀왔지요?" "네, 그랬습니다." 그녀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나요?" "네, 그랬습니다."
곧 고압적인 목소리로 "여기는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인데요, 「여권법 위반」을 하셔서 고발장이 접수돼 있으니 이곳까지 나와 주셔야 하겠습니다." 갑자기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잘 못해서 「여권법위반」이라는 말인가? 설명도 없으면서 고자세로 말하는 그녀의 말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내가 무얼 잘 못해서 「여권법 위반」입니까? 잘 못한 것이 없으니 나갈 수 없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하게 "그럼 수배령을 내리겠습니다."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졌다. "지금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녀의 이름은 김아무개라고 밝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필자는 "마음대로 하시요."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경찰을 사칭해서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들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20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집에 도착한 필자는 전화기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이재남이라는 사람인데요, 조금 전에 전화통화를 한 김아무개가 계시면 바꾸어 줄 수 있나요?" 잠시 후 자기가 김아무개라고 밝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김아무개씨인가요? " 확인을 했더니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세요?" 필자에게 핀잔을 주는 그녀의 말이다. 조금 전에 받은 스트레스가 아직 남아있는데, 다시 한 번 몹시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서 필자를 자극한다. "아까는 전철에서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 말하자 무엇이 「여권법 위반」이 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출두하란다.
그녀가 밝힌 그대로 「지방경찰청 수사대」라니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경찰은 전혀 변함없이 고자세로 윽박지르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그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 필자는 또 다시 "제가 잘 못한 것이 없으니 출두할 수 없습니다." 고 말하자 "그럼 수배령을 내리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알아서 하시죠."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집 전화로 전화를 걸어서 통화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 전에 통화한 전화번호였다. "이재남 선생님이세요?"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다.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자, "저는 남대문경찰서 국제범죄수사 2대의 팀장 김아무개 입니다." 라고 밝히면서 무엇 때문에 「여권법 위반」이 되는지 정말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내용 가운데 "2011년 10월 이후 시리아의 방문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으시면 여권을 확인시켜 주신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설명해주었다. 필자는 2010년 9월 18일부터 26일 사이에 시리아를 방문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팀장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했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고고학박물관-
팀장은 옆 좌석에서 김아무개 수사관이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는데 그 수사관의 대화내용이 지나치게 불친절하게 들렸기 때문에 본인이 전화를 걸었노라고 설명하면서 "부하직원의 잘못으로 인하여 언짢게 해드린 점 죄송합니다."고 사과를 했으나 필자는 "자세히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수사관이 불쾌하게 말을 내뱉은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입니다." 고 일침을 놓고 전화를 끊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 40분경, 지하철 서울역의 9번 출구로 나와 남대문 경찰서 7층의 국제범죄수사 2대의 김아무개 팀장을 찾아갔다. 이미 어제 오후 5시경 그와 통화를 하고 오늘 그를 만나려고 국제범죄수사 2대로 들어갔다. 물론 조금이라도 잘 못한 일이 없었으므로 당당하게 그를 만났다. 어제 전화로 설명을 했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김아무개 팀장에게 여권을 꺼내 시리아 입출국도장이 찍힌 부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필자가 발행한 「레바논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과 두바이의 여행」 책을 펴서 2010년 9월 18일에 시리아 여행을 했었다는 내용을 밝혔다. 그는 부장인 김아무개를 불러 「외교통상부 제외국민 보호과의 이아무개」라는 사람이 필자를 고발한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필자의 여권에 시리아의 입출국도장이 찍힌 부분을 복사하고 필자가 발행한 책자의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필자의 여권에 시리아의 입출국도장이 찍힌 부분을 복사하고 필자가 발행한 책자의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는 동안 다른 남자수사관이 커피 한 잔을 필자에게 내민다. 커피를 마시면서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필자의 휴대폰으로 알 수 없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외교통상부 제외국민 보호과의 이아무개」라고 본인의 소개를 했다.
"수사과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제 잘못으로 죄송하게 됐습니다."라고 사과의 말을 했다. 팀장에게도 말했듯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을 저질러놓고 사과를 하다니 어이없다. "국가의 녹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우리 같은 무고한 시민들은 괴롭힘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없게 하려고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일을 공론화하려는데, 실명을 사용해 공개해도 괜찮겠지요?"
그는 머뭇거리더니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분명히 실명으로 공개할 것입니다."라고 말을 한 뒤에 전화를 끊었다. 팀장과 수사관들이 듣는 자리에서 "공권력이란 무고한 시민을 윽박지르고 겁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있었던 사건을 공개하려는 것입니다."고 마무리 지으려는데, 팀장은 "수많은 여행자들의 행로를 일일이 조사해본 결과를 가지고 고발한 것은 아닌듯하고 누군가가 제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이의 장래를 위하여 공개하는 것은 참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아나니아기념교회-
라는 팀장의 말을 뒤로하고 나오려는데 팀장의 좌석으로부터 20여보를 걸으면 만날 수 있는 7층의 국제범죄수사관실 밖 승강기가 있는 곳까지 따라 나왔다. 승강기를 타려는 필자에게 팀장과 김수사관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 제외국민 보호과의 이씨」나 「국제범죄수사 2대의 김수사관」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필자 같은 어처구니없는 피해를 없앨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리아 사막에 솟아오른 환상의 도시 팔미라의 유적-
'레바논,시리아 요르단 두바이여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바논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과 두바이의 여행(26-끝)-두바이의 장래 (0) | 2014.05.07 |
---|---|
레바논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과 두바이의 여행(25)-「팜 아일랜드」 (0) | 2014.05.02 |
레바논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과 두바이의 여행(24)-요새를 개조한 건물, 두바이박물관 (0) | 2014.05.01 |
레바논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과 두바이의 여행(23)-화려함의 극치,「버즈 알 아랍호텔」 (0) | 2014.04.30 |
레바논과 시리아 그리고 요르단과 두바이의 여행(22)-사해계곡의 「마인」유황온천 (0) | 2014.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