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서북쪽의 섬나라, 영국 일주여행

89.영국인들의 여름휴가

달리는 말(이재남) 2023. 3. 29. 07:30

영국인들의 여름휴가

일 년에 한 번씩 영국 사람들은 상당히 긴 가족휴가를 즐기곤 한다. 비행기여행이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는 보통 바람 많은 영국의 해변휴양지로 여행을 했다. 7월과 8월에는 오스틴, 로버, 포드 등 승용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몰고 해변으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이었다. 해변마을 구명가게에서는 양동이, 삽, 솜사탕, 과자, 해변석, 야한 엽서, 물고기나 모닥불용 나무, 그리고 울긋불긋한 돗자리 따위를 팔았다. 
해변에 온통 모래투성이인 작은 켐프를 쳐놓고 가족끼리 아이스크림을 핥아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행복한 휴가를 보낸다. 휴가기간에도 절반은 틀림없이 비가 오기마련이다. 비가내리면 바다 쪽으로 내다 지은 다리 위, 방파제 끝에 만들어놓은 선착장 같은 곳에 놀이기구가 있는 그런 부두(pier)에서 논다. 

 

 -바스의 아침풍경-

-바스는 로마인들이 개척한 우아한 휴양지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의 로만 바스-


그러면서 그들은 뱃멀미나 외국인을 만날 걱정을 하지 않고서도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영국의 해변부두에는 중세시대의 범선들이 있는 곳들이 많은데, 이 배들은 작은 해양박물관 역할도 하고 있어서 수많은 관광객들에게는 옛날 배를 타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조선업의 역사를 한눈에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까지 선사하고 있다.  오늘날 영국인의 휴가는 각지의 공항에서 시작되며 비행기를 타고 바람 많은 영국해변휴양지의 하늘을 그냥 지나쳐 스페인, 그리스, 플로리다, 그리고 오락실과 야한 엽서와 물고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영국 사람들은 외국으로 날아가서도 마치 자기네 동네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에딘버러의 성 자일스 성당(St. Giles' Cathedral)-
-에딘버러의 성 자일스 성당(St. Giles' Cathedral)-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면서 본토인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고 해변 한쪽을 차지하고서 하루 종일 햇볕을 쬐며 즐기다, 밤이 되면 그 지방의 디스코텍에 몰려가 마시고 춤추고 토하고 야단법석을 치곤한다. 휴가가 끝나면 콧잔등이 벌겋게 쬔 영국 사람들은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설사와 알코올중독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세상이 안겨줄지도 모르는 새로운 도전에 응할 만반의 준비는 항상 갖추고 있다. 일요일아침 자기 집 앞에서 자동차를 닦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사람을 무심히 보아 넘기면 곤란하다. 이웃집 남자하고 누가 더 깨끗하게 차를 닦는지 경쟁을 하느라고 끙끙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펍에서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는 평화로운 풍경이 적당한 상대만 나타나면 누가 더 술을 잘 마시는지를 가리는 전쟁판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세계 3대 박물관,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의 한국관-
-세계 3대 박물관,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의 한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