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서북쪽의 섬나라, 영국 일주여행

73.성 패트릭(Saint Patrick)

달리는 말(이재남) 2023. 2. 12. 08:00

성 패트릭(Saint Patrick)

영어로는『패트릭(Patrick)』, 이탈리아어로는『파트리치오(Patrizio)』, 아일랜드어로는『파드라그(Pádraig)』라고 한다.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서『아일랜드의 사도(Apostle of Ireland)』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가운데 한 명이며, 기념일은 3월 17일이다.
성 패트릭의 행적에 관해서는 그가 쓴『고백록(Confessio)』과『코로티쿠스의 병사에게 보내는 편지(Epistola Ad Miltes Corotici)』라는 두 개의 문헌이 전해지며, 민간에 전해지는 전설이나 일화 등을 기록한 성인전(聖人傳)도 여러 종류가 전해진다. 이러한 기록들에 따르면, 그는 로마제국이 영국남부에 설치한 속주인 브리타니아(Britannia)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성 패트릭 성당 내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성 패트릭 성당

할아버지인 포티투스(Potitus)는 카톨릭 사제였으며, 아버지 칼푸르니우스(Calpurnius)도 사제를 보좌하는 부제였다. 그의 가족은 바나벰 타부르니아니(Bannavem Taburniae)라는 마을에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그곳이 지금의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성 패트릭은 16세 때에 영국서해안지역을 침입한 북아일랜드사람들에게 붙잡혀 아일랜드로 끌려갔다. 그리고 노예가 되어 북아일랜드의 앤트림(Antrim)에서 6년 동안 가축을 돌보았다. 그러나 금식기도를 하다가 신의 계시를 받아서 해안으로 도망쳐 배를 타고 아일랜드를 탈출했다. 
그 뒤 두 달 동안 갈리아(Gallia)의 여러 지역을 다니다가, 프랑스남동부 레랑 제도(Îles de Lérins)의 수도원에 머물렀다. 여러 해 동안 수도원에 머무르며 신앙생활을 하던 성 패트릭은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꿈에서 아일랜드로 가서 선교하라는 계시를 받았다. 
그는 아일랜드선교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고향을 떠나 프랑스중북부의 오세르(Auxerre)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그곳의 주교인 게르마누스(Germanus of Auxerre)에게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통적인 켈트 다신교를 믿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성 패트릭 성당의 필자

드루이드(Druid)라고 부르는 사제들이 종교ㆍ정치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431년 교황 첼레스티노1세(Celestinus I)는 아일랜드 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기 위해 팔라디우스(Palladius)를 아일랜드주교로 임명해 보냈다. 팔라디우스는 아일랜드동부의 렌스터(Leinster)지방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이 지역의 드루이드들에게 추방되어 영국북부의 스코틀랜드지방으로 건너갔다. 그러자 로마교회는 성 패트릭을 팔라디우스의 후임으로 임명해서 아일랜드로 보냈다. 432년 무렵에 아일랜드로 건너간 성 패트릭은 북아일랜드의 다운주(County Down)를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쳤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Dublin)의 성 패티릭날의 근원지 성 페트릭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는 아일랜드 각지를 다니며 열성적으로 포교를 하였는데, 그가 세운 교회가 365개에 이르며 기독교로 개종시킨 사람은 12만 명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그는 445년에 북아일랜드의 아마(Armagh)에 교회를 세워 주교좌성당으로 삼았는데, 「성 패트릭 대성당(St Patrick's Cathedral)」이라고 불리는 이 교회는 지금도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의 중심지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다.
성 패트릭은 461년 3월 17일에 사망하였으며, 죽은 뒤에 다운 주에 있는 다운패트릭(Downpatrick)의 성당에 매장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죽은 뒤에『아일랜드의 수호성인』으로 숭배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전설과 기적이야기를 낳고 있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성 패트릭 성당

그리고 아일랜드가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종교 갈등마저 겪게 되면서, 성 패트릭은 대다수가 가톨릭신자인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로까지 여겨지게 되었다. 오늘날 아일랜드를 비롯해 아일랜드계 이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ㆍ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지역에서는 그가 죽은 3월 17일을『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로 정했다. 
이날을 기리는 행사가 성대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 날에는 사람들이 초록색 옷을 입고 세 잎으로 된 토끼풀모양을 가슴이나 모자 등에 붙이고 행사에 참석해 행진 등을 벌인다. 이것은 성 패트릭이 토끼풀의 세 잎을 보기로 들어서 삼위일체의 교리를 설명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블린 성 패트릭 성당은 왠지 뭔가 신을 믿는 사람인 양 스스로 착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