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서북쪽의 섬나라, 영국 일주여행

43.세인트 먼고 종교박물관

달리는 말(이재남) 2022. 11. 15. 07:43

세인트 먼고 종교박물관

박물관의 이름으로 사용된 먼고(St. Mungo: 518년~603년경)성인은 어린 시절에 수도회에 들어가 수련을 받고, 540년경 글래스고지역에 수도원을 만들어 그리스도교를 전파했다. 독특한 성인의 이름은『참된 친구』라는 뜻으로, 그는 후에 글래스고의 수호성인이 되어 많은 사람의 공경을 받았다. 

 

래스고의 Mungo 종교박물관

래스고의 Mungo 종교박물관

그의 무덤은 박물관 옆에 있는 대성당의 지하에 모셔져 있고 많은 이들이 찾는 순례지가 됐다. 중세의 성처럼 돌로 건축된 3층 박물관은 글래스고 주교좌성당구역에 있는데, 원래는 주교관 건물이었다. 성당과 시는 함께 그곳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개방했다. 
이곳에 들어가면 대성당의 전경과 옆의 언덕에 있는 교회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의 정원도 일본 선불교식정원으로 꾸며, 사람들이 잠시나마 머물면서 명상할 수 있도록 했다. 스코틀랜드상공업의 중심지인 글래스고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외국인노동자와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글래스고 대성당의 수호성인 세인트 먼고(St. Mungo)

  글래스고 대성당의 수호성인 세인트 먼고(St. Mungo)

그러자 영국 사람들은 그들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종교박물관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여러 종교의 유물전시 뿐 아니라 정기적인 기획전시와 흥미로운 행사를 통해 사람들을 항상 끌어 모은다. 또 여러 종교에 대한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 보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한 건물에서 세계의 중요한 종교의 유물을 알차게 전시한 곳은 성 먼고 종교박물관이 유일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하다. 이 박물관은 문화를 통해, 종교 간의 대화를 일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때로는 같은 전시공간이나 진열대에 타종교의 유물을 함께 전시해 서로를 비교하며 볼 수 있게도 한다. 한쪽에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님의 몸을 안은 성모 마리아상인 피에타가 서 있으면, 바로 그 옆에서 힌두교의 신 시바(Shiva)가 손과 발을 펼치며 춤추는 듯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서로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두 종교의 예술품은 한 자리에서 충돌되지 않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글래스고의 Mungo박물관

글래스고의 Mungo박물관

이곳에는 오래된 유물 뿐 아니라 최근의 종교예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그 가운데 유대계출신의 영국작가 도라 홀잔들러(1928~2015)가 그린『안식일의 촛불』이 눈에 띈다. 이 작가는 안식일에 가족들이 모여 기도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부모와 네 자녀가 식탁주변에 모여 기도하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하느님의 빛을 상징하는 촛불주위에는 생명의 말씀이 적힌 성경이 펼쳐져 있고 조촐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이 작품은 알려준다. 이곳에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년)의 유명한 작품『십자가의 성 요한 그리스도(1950년)』도 전시돼 있었다. 
이 작품은 박물관이 개관되던 1993년부터 있었지만, 2006년부터는 글래스고의 가장 큰 예술기관인 켈빈그로브(Kelvingrove)미술관으로 이전됐다. 이 작품을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성 먼고 종교박물관을 찾는다. 이 종교박물관을 보면 신앙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어떻게 나가야하는지를 알 수 있다. 글래스고대성당은 가진 것 전부를 신자들과 타종교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무신론자들에게까지 내어 주고 있다. 
대성당은 기도의 공간, 마당은 명상의 공간, 교회묘지는 떠난 자의 공간, 교회 건물은 문화공간으로 내어주며 사람들을 품어 준다. 예수님처럼 자신의 몸과 피를 비롯한 모든 것을 내어주는 교회의 넓은 품으로,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오게 된다. 우리는 이 종교박물관에서 유물이나 유적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인들과 종교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강이 흐르는데 건너편에 무역전시관이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성당(Glasgow Cathedral)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종교 국가다. 불교와 유교,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전통 종교와 이슬람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노동자가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주변에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다른 사람이 가진 종교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도 절실히 필요하다.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타종교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단편적이며 부족하다. 성 먼고 종교박물관과 같은 곳이 우리주변에 있다면 다른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웅모 신부(서울 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