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패션의 나라, 프랑스 일주여행

44.사색의 해변「프롬나드 데 장글레」

달리는 말(이재남) 2021. 12. 20. 06:59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과 합쳐지는 바다는 쪽빛이다. 1년 중 300일가량 햇살이 비친다는 리비에라의 지중해는 강렬하다. 니스와 칸을 품은 코트다쥐르지방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이 도시들에 반해 샤갈, 마티스가 여생을 보냈고, 해마다 5월이면 전 세계 스타들의 영화제가 열리는 칸(Cannes)으로 모여든다.

열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은 빠르게 요동친다. 니스와 칸은 여행자들에게는본능의 도시이다. 본능은 테제베(TGV)보다 빠르게 전이된다. 파리를 두세 번 배회할 때쯤이면 니스, 칸은 또 다른 열망이 되고 마음은 벌써 코트다쥐르행 열차에 실려 있다.

 

-니스의 프롬나드 데장글레 해안도로가 있는 해수욕장-

-니스의 프롬나드 데장글레 해안도로가 있는 해수욕장-

 

니스 역에서 해변이 가까운 것은 그래서 고맙다. 새로 생긴 매끈한 트램과 다운타운을 채운 가게들도 성급한 마음을 다독이지는 못한다. 골목을 달려 마주친 니스의 바다는 아득하다. 빼곡히 도열한 낮은 건물들의 꼬리와 파도의 포말이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다. 이 해변을 사람들은 애완견을 끌고 더딘 산책으로 걷고, 자전거를 끌고 여유롭게 지난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는 예전 영국왕족이 길을 가꾸고, 100여 세대의 영국인이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먼 영국에서도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니스의 해변은 휴양을 위한 안식처였다.

봄의 문턱을 넘어섰을 뿐인데 해변은 햇살에 몸을 맡긴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파리의 골목에서 오랜 건물을 응시하며 카페를 메우던 파리지앵들의 단상과는 또 다르다. 이들은 해변 위 의자에 나란히 몸을 기댄 채 햇살에 부서지는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본다.

그리고 바다만큼 깊은 상념에 젖는다. 해변의 유혹에서 헤어날 때쯤이면 니스가 간직한 다른 매력들에 시선이 담긴다. 니스의 구시가는 해변과 맞닿아 있다. 구시가 살레야 광장(Cours Saleya)에는 꽃시장과 벼룩시장이 들어서고, 골목마다 앙증맞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니스의 프롬나드 데장글레 해안도로가 있는 해수욕장-

-니스의 프롬나드 데장글레 해안도로가 있는 해수욕장-

 

낯선 가게에서 기울인 커피 한잔에는 바다향과 퀴퀴한 건물향이 녹아들어 있다. 힘겹게 오른 구시가 꼭대기의 콜린성(La Colline du Château)공원은 니스 최고의 전망으로 화답한다. 니스는 발걸음을 떼면 뗄수록 다채롭다. 구시가와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장 메드생 거리(Avenue Jean Médecin)는 가까이에 있다. 분수와 높게 솟은 동상이 인상적인 마세나 광장(Place Masséna)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니스의 중심이자 경계가 된다.

마세나 광장은 매년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화려한 공간이다. 샤갈, 마티스의 흔적도 도시에 묻어난다. 해변 대신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미술관에 서면 그들이 이 도시에 머물며 느꼈을 상념이 전해진다. 마티스는모든 게 거짓말 같고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며 니스를 묘사하기도 했다.

 

니스의 가르발디 광장-가르발디 동상 뒷통수를 바라 보고 서 있는 곳이 임시 버스 정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