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50.품격이 다른 울릉도의 산채

달리는 말(이재남) 2021. 1. 8. 10:03

품격이 다른 울릉도의 산채  

울릉도의 산채는 품격이 다르다. 육지의 산채는 대개 중국에서 수입됐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어 맛과 향이 덜하다. 반면에 울릉도의 산채는 약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봄부터 잔설을 뚫고 싹을 틔우기 때문에 맛이 좋고 향도 깊다게다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비옥한 토양, 그리고 소금기 섞인 해풍 등의 자연조건도 울릉도산채의 향미(香味)를 높이는 데에 일조를 한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산나물로는 전호, 취나물, 부지깽이, 삼나물, 명이, 고비, 땅두릅, 섬더덕 등이 있다. 대부분 이른 봄에만 채취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중 가장 먼저 돋아나는 것은 전호이다. 바디나물, 사약채, 향채 등으로도 불리는 전호는 같은 미나리과의 식물인 섬바디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이른 봄에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 중에는 전호를 채취한다며 산에 올라가서 섬바디만 잔뜩 뜯어오는 사람이 심심찮게 눈에 띈단다. 전호는 대체로 12월경부터 싹이 돋아나기 시작해서 1월 말이나 2월 초순경이면 뜯어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단다. 

울릉도 나리분지의 섬쑥부쟁이

울릉도 나리분지의 섬쑥부쟁이

-울릉도 나리분지의 섬쑥부쟁이-  

그러므로 전호를 채취하려면 산비탈마다 두텁게 쌓인 눈을 헤쳐야 된다. 향미가 독특한 이 나물은 저장성이 떨어져서 육지로 내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데, 주로울릉약소전문식당에서 샐러드로 내놓는다. 울릉도 사람들이 가리키는 취나물은 육지의 참취가 아니다울릉도 특산식물의 하나인 울릉미역취이다. 육지에 자생하는 미역취보다 훨씬 잎이 커서큰 미역취라고도 한다. 이 취나물은 울릉도의 산채 가운데 비타민 A의 함유량이 가장 높아서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며 시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울릉도 전역에서 재배되는 취나물은 이른 봄부터 채취하기 시작해 한해에 서너 차례나 채취할 수 있어서 어떤 농작물이나 약초보다도 수익성이 좋다. 그리고 가장 맛이 좋은 초벌나물은 곧장 생채(生菜)로 육지의 시장에 출하된다. 두벌 이후의 나물은 대부분 삶은 뒤 말려서 저장한다.  취나물과 같은 국화과 식물인 부지깽이는 섬쑥부쟁이의 울릉도 방언이다. 배고픔을 알지 못하게 해주는 풀이라는 뜻의부지기아초(不知飢餓草)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만 자생한다. 이른 봄인 3월부터 채취하는 부지깽이 나물은 향이 아주 좋다. 그리고 가을이면 순백의 정갈한 꽃이 소담스레 핀다. 

-울릉도 나리분지의 눈개승마-  

울릉도 산나물 중 빼놓을 수 없는 나물은 명이나물이다. 이 나물은 옛날 배고플 때 봄이 오면 산에 올라가 눈을 헤치고 캐다 먹으며 생명을 이어갔다고 해서명이(命荑)로 불리게 된 것으로, 보들보들한 잎사귀의 명이나물은 장을 튼튼히 할 뿐만 아니라 해독 등의 효능을 갖고 있는 웰빙식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