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42.울릉도의 음식

달리는 말(이재남) 2020. 12. 14. 09:51

울릉도의 음식  

울릉도의 음식은 대체로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토박이들이 즐겨먹는 향토음식에서도 맨손으로 험준한 자연에 맞서 삶터를 일군 개척민들의 근면성과 검약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울릉도의 향토음식은 호사스럽거나 기름지거나 장식이 많은 것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재료의 고유한 맛과 신선함을 고스란히 담아낸 음식이 대부분이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별미인울릉약소,홍합밥,산채비빔밥,오징어,호박엿등 다섯 가지는울릉오미(鬱陵五味)라 불린다. 적어도 이 다섯 가지만큼은 꼭 한번쯤 맛봐야 제대로 울릉도를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울릉오미는 아니지만, 따개비를 넣은따개비밥따개비칼국수도 울릉도가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별미이다. 따개비는 원추형모양, 즉 쇠뿔 모양이며 껍질 표면은 검은색에 가까운 회자색으로 윤이 난다. 바닷가 바위 표면에 붙어서 사는데 밀물 때 물에 잠기는 바위 밑쪽 부분에 주로 서식한다.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울릉도 어선-  

또한울릉오미(鬱陵五味)가운데 하나인오징어역시 우리나라의 어디서나 산채전문점만큼 흔하다. 그런데도 울릉도에 가면 팔팔 뛰는 오징어를 즉석에서 회로 친 오징어 회와 오징어 내장을 넣고 끓인 오징어내장탕을 반드시 먹어 봐야 한다. ? 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울릉도 오징어가 가장 맛있으니까!" 나이 들어 뱃일을 못하게 된 어르신들이 오징어 할복작업 하러 나와요. 구부린 자세로 오래 일해서 피도 안통하고 몸에는 안 좋지만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해서 이 일을 합니다. 뽀득하게 말린 오징어 내장은 훌륭한 천연 조미료에요.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한 오징어를 해풍에 말리면 울릉도 특산품이 됩니다.” 집어등(集魚燈)을 밝히며 나갔던 오징어 배들이 들어서는 곳, 저동 항은 북새통이 된다. 한쪽에서 배가 들어오면 또 한쪽에서는 오징어 할복작업이 한창이다. 어부 한 사람이 푸념 섞인 말로 저동항의 현황을 이야기 해준다. 올해는 오징어 가격이 많이 올랐단다작년에 비해 잘 잡히지 않아 한축(20마리)75000원에서 8만원까지 나가는 것도 있다. 날씨 탓인지 귀하신 몸이 된 금오징어를 저렴하게 맛보려면 저동항 근처 활어판매장을 찾으면 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오징어 회는 정말 맛이 좋다울릉도 바다는 맑고도 깊다. 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오징어의 맛도 바다처럼 맑고 깊다. 게다가 오징어잡이 철에는 매일 아침마다 펄펄 뛰는 오징어가 항구로 들어온다. 또한 유통과정도 어민횟집소비자의 3단계로 단순해서 어느 지방보다도 싱싱하고 물 좋은 오징어를 맛볼 수 있다.

-울릉도 도동항의 자연산 활어회센터-

-울릉도 도동항 주변-                        

 반면에 다른 해산물들은 의외로 귀한 편이다. 육지 사람들이 즐겨먹는 조개, 새우, 조기, 갈치 등도 울릉도에서는 귀물(貴物)이다. 오징어 이외의 어종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의 잡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징어의 어획량에 따라서 울릉도 어항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어민들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울릉도 오징어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역시 회로 먹어야 한다. 오징어잡이 배가 많이 드나드는 도동항이나 저동항의 노점 횟집에서 아주머니들이 숙련된 솜씨로 썰어주는 오징어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말 그대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거기에다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신선이 따로 없다오징어내장탕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울릉도의 별미이다. 잘 손질된 오징어의 내장을 한번 끓여낸 다음 호박잎·풋고추·홍고추를 송송 썰어서 얹어낸 음식이 오징어내장탕이다. 맛이 구수하고 시원해서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말린 오징어도 울릉도산을 으뜸으로 쳐준다울릉도산 건오징어는 대체로당일바리이다. 오징어는 잡은 뒤 하루 이틀쯤 지나면 나쁜 맛과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과 비린내의 주성분인 트리메탈아민 등이 생성되어 맛과 향이 저하된다. 그러나 밤샘작업 끝에 항구로 들어온 울릉도 오징어는 당일 내에 할복작업과 건조작업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울릉도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덕택에 선도(鮮度)가 좋고 맛이 깔끔하다. 또한 육질이 두텁고 맛이 고소하며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육지의 건어물가게에서는 다른 지역의 건오징어가 울릉도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구별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울릉도산 건조오징어는 귀 부위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섬조릿대로 오징어의 귀 부위를 뚫어서 20마리씩 끼운 다음 덕대에 걸어 말림으로써 생긴 구멍이다. 또한 고르게 건조시키고 미생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다리 사이에탱깃대를 키워 넣는다는 점도 울릉도 오징어의 특징이다. 반면에 빨래처럼 줄에 널어서 말린 강원 도산 오징어에는 귀 구멍이나 탱깃대가 없다.

-울릉도 황토굴이 있는 태하마을의 음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