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의 여행

(16)-잔시 역을 출발하는 특급열차를 타고 아그라 역에서 내린 일행.

달리는 말(이재남) 2015. 11. 24. 08:38

 

 잔시 기차역에서 만난 인도사람들

잔시역 입구에서 구걸하는 여인 

 Jaipur palace hotel

 Jaipur palace hotel

 Jaipur palace hotel

 자이푸르에서 아그라로 이동할 때 만난 낙타

 자이푸르에서 아그라로 이동할 때 만난 도시

 자이푸르에서 아그라로 이동할 때 만난 도시

 자이푸르의 앰버성(아멜성)

자이푸르의 앰버성(아멜성)

 

 

잔시 역을 출발하는 특급열차를 타고 아그라 역에서 내린 일행.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사원 밖으로 나와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12시경에는 카주라호를 출발하여 기차를 타려고 잔시를 향해 달렸다. 몇 차례 휴식시간을 갖기는 하였으나 오후 4시 50분에 잔시에 도착했다. 잔시역 가까이에 전용버스를 세우고, 짐은 짐꾼들에게 맡긴 채, 걸어서 역으로 향하는데, 아이를 업거나 안은 젊은 여성들이 돈을 달라고 보채면서 역까지 따라오고 있다. 우리는 5시 57분에 잔시 역을 출발하는 특급열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곳까지 따라와서 손바닥을 내밀며 구걸을 한다. 끈질기다 못해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돈을 주지 않고는 도저히 베길 수가 없을 정도다.

우리는 탈 특급열차를 기다리며 홈에 서있다. 이 홈은 구걸하고 있는 거지들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질서가 존재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저쪽 편 홈은 마치 지옥 같다. 지옥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빌 까닭이 없다. 기차선로에 오줌을 갈겨대는 사람,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는 기차를 기다리다 지쳐 맨바닥에 누워 잠을 청아는 사람, 기차는 이 모든 잡다한 순간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싣는다.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도 보인다.

특급열차는 열차의 C8칸의 33과 34번에 해당되는 좌석에 앉은 우리를 싣고 힘차게 내달린다. 기차 안에서는 차이와 물 그리고 과자를 간식으로 나누어준다. 차이가 특별히 맛이 좋다. 약 2시간 30분을 달려 아그라 역에 도착했다, 잔시 역의 우리 짐 가방은 짐을 운반하는 짐꾼들에 의해 기차 안으로 운반되었으나 내릴 때는 요리사, 둘리와 가이드, 라훌라에 의해 입구까지 운반되었다가 짐꾼들에 의해 역 밖에 기다리고 있는 전용버스로 옮겨졌다.

역 안에서 그렇듯, 밖의 모습도 가는 곳마다 거적때기를 길에 깔아놓고 아예 잠을 자는 사람과 구걸하는 거지들로 우글거린다. 볼 상 사납다. 보기가 흉하고 역겹다. 어쩜 이렇게 못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인가? 힌두교라는 종교 때문일까? 아니면 3억3천 이상의 신을 대상으로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우매함으로부터 오는 부산물이란 말인가?

여기에 힌두교의 경전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어진다. -모든 것을 신으로 보고 어떤 대가를 바라지 말고, 그들을 사랑하고 섬겨라. 언제나 결과를 목적으로 삼지 말고 그대가 해야 될 행위를 하라. 그대는 집착 없는 행위에 헌신함으로써 깨달음과 평화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온통 혼을 빼앗길 만큼 정신없이 빠져나온 아그라역 앞에서 전용버스를 타고 10분 후에 Yamuna view hotel에 도착하여 호텔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현지식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들어가니 10시가 넘었다. 이날 밤에도 너무나 피곤하지만 샤워를 하고 여행기록을 남기는 일은 잊지 않았다.

 

역사와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자이푸르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여드레째 되는 날이 밝아오고 있다. 새벽 5시 반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6시부터 시작하는 호텔식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에 출발한다. 낡은 판자 집 비좁은 네모 상자 안에서 머리를 깎고 있는 이발사의 모습이 보이고, 과일을 파는 거리의 아낙도 있다. 손을 흔드는 어린이들도 있고, 차창을 두드리며 볼펜을 달라고 외치는 검게 그을린 소년들의 간절함도 있다.

자이푸르를 향해 달리던 중 주 경계를 넘으려면 허가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차를 세운다. 마침 차를 세우고 기다리던 장소로부터 우물에서 물을 긷는 수많은 아낙네들의 모습이 보인다. 일행들은 버스 밖으로 뛰쳐나가 마치 특종감이라도 발견한 사진기자들처럼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분주히 움직인다. 처음에는 사진촬영하려는 사람을 거북하게 느끼는 듯하더니, 그 순간은 잠시, 금방 잘 찍히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큰 도로를 달리면서 많은 낙타 떼를 끌고 가는 모습을 여러 곳에서 만났다. 가이드 라훌라의 설명에 의하면 매년 이 지역에서는 큰 낙타경주대회가 열리고 있단다. 낙타가 마차에 짐을 싣고 달리는 모습도 자주 눈에 뜨인다. 더 달리는 도중에 이번에도 고속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 수많은 낙타 떼를 만나게 된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버스를 세웠다. 사진을 찍고 조금 더 달려가는데 이번에는 한 무리의 소 떼가 길을 점령한다. 운전사가 클랙슨을 아무리 빵빵 울려도 들은 체 만 체다. 그야말로 쇠귀에 경 읽기가 아닌가! 겨우 빈 공간을 찾아 곡예운전을 하고서야 버스가 빠져나간다.

아그라로부터 30km 이상을 달려 무굴제국의 아크바르 황제가 1571년에 건설하여 14년간 수도로 사용하였다는 「파테프르 시크리성(Fatehpur Sikri)」을 만난다. 이 성(城) 16세기 아그라 남서쪽 37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크바르대제가 살던 곳이다. 붉은 천연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이다.

오랜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유적이 그다지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힌두와 이슬람의 문화적 융합을 보여주고 있는 유적이라 할 수 있다. 유적의 남쪽 부근에 웅장한 불란드 문(Buland Dsrwaja)을 가진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가 있고, 아크바르에게 아들 탄생을 예언 했다는 예언자의 묘지도 이곳에 있다.

여기에 살던 예언자의 예언에 따라 사내아이를 얻은 아크바르가 1574년 이곳으로 수도를 옮겼는데 물이 부족하여 이 성을 버리고 결국은 수도를 아그라로 옮기게 된다. 거대하게 만들어진 성과 도시는 버려져 숲속의 전설이 되었다. 석공들이 황토 빛 천연 붉은 자연석을 여기저기에서 다듬고 있다.

성을 보존하고 유지하려고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자마 마스지드 사원은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고 한다. 높이 54m의 이슬람사원을 비롯하여 옛 시가지였던 올드시티, 무굴문화의 꽃이라 부르는 왕궁, 황제를 모시고 100명의 시녀들이 머무르던 판츠마할, 모든 문화와 종교를 포용했던 아크바르황제가 종교지도자들과 만나던 면담소 등 투박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게 보존되어있다. 1986년에 이 모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아름다운 유적들이다.

시크리성에서 나와 전용버스를 탄 시간이 12시 40분쯤인데, 오후 2시반경에야 Jaipur palace hotel에 도착하여 짐을 내려놓은 채 호텔레스토랑에 들어가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인솔자는 점심식사시간이 늦어질 것을 예상하여 미리 준비해온 바나나, 귤 등 간식거리를 버스에서 나누어 주어 먹어두었기 때문에 별로 배고픈지 몰랐다.

자이푸르(Jaipur)는 인도 서북부의 중심지로 델리, 아그라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관광지로, 북인도의 Golden Triangle로 알려진 관광의 명소이다. 또한 철도, 항공, 도로 등 라자스탄 주의 교통의 요충지로 가장 번성한 도시이기도 하다. 라자스탄의 주도답게 곳곳에서 수많은 현지인과 관광객을 볼 수 있어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사막, 계곡, 숲 등으로 이뤄진 자연환경 때문인지 자이푸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신이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남자는 터번, 여자는 사리 등을 이용해 형형색색으로 몸을 치장한다. 사실 자이푸르의 첫 인상은 별칭만큼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다. 인도의 여느 도시처럼 도로는 소와 자전거, 오토바이, 릭샤, 자동차로 뒤범벅이 되고, 각종 소음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러한 혼잡함과 더불어 자이푸르의 역사와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색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자이푸르의 구시가지를「핑크시티」라 부른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자이푸르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선홍색 건물의 강렬한 이미지에 놀랐다. 정부가 이곳에 분홍색 건물만을 짓도록 했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를 선홍색 물감에 적셨단 말인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건물의 색은 분홍색이라기보다 주황색 또는 붉은색에 가깝다. 하지만 건물 색이 어떻게 됐던 간에 해질 무렵 석양으로 물든 핑크시티의 황홀한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는 점 이 대단히 매력적이고 좋다.
자이푸르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1727년 무굴제국의 세력이 기울어져 갈 즈음, 자이싱 2세는 본거지를 암베르에서 자이푸르로 옮기고 고대 힌두 건축서적에 따라 도시를 둘러싼 형태로 성벽을 쌓고 성 내부를 직사각형으로 구획했다. 그런데 이곳에 분홍색 건물이 생겨난 건 1876년, 마하라자 람싱은 영국 왕자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도시를 분홍색으로 칠할 것을 명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