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

생명력이 넘치는 아프리카(8)-소똥과 재를 이겨 벽을 바르는 마사이족의 집, 「보마」

달리는 말(이재남) 2014. 10. 20. 05:47

                                                                                                  

 

케냐 나이로비의 우리가 묵었던 Panafric hotel 

암보셀리국립공원의 롯지의 기념품상인 

암보셀리국립공원 

암보셀리국립공원 

암보셀리국립공원 

암보셀리국립공원 

암보셀리국립공원 

암보셀리국립공원 

암보셀리국립공원의 Sopa lodge 

암보셀리국립공원의 Sopa lodge

                                                         

 암보셀리 국립공원 안에 살고 있는 마사이족 마을방문

 


상태가 몹시 나쁜 도로를 달려 킬리만자로 산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곳을 향하여 얼마를 달렸을까?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코끼리 사자 등 야생동물 사파리관광지로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산의 웅자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 산에 오르자면 최소한 5박6일이 걸리는 만큼 가까이서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기로 하고 듬성듬성 잡목이 솟은 사바나초원 사이로 차를 달려 케냐의 암보셀리 사파리국립공원 앞에 있는 마사이족의 한 마을로 향하였다.
만년설의 영봉 킬리만자로 산 주변,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지대에는 현대 문명을 등지고 초원고산지대에서 소와 양 그리고 염소 등 목축을 주업으로 여기며 토속신앙과 원시사회를 지키며 살아가는 소수부족인 마사이족이 거주하고 있다. 날씨가 좋아서 킬리만자로 산과 산에 쌓인 설경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잘 보이는 이 지역의 원주민, 마사이족마을을 찾기로 했다. 이 마사이족 마을사람들 역시 문명화한 삶을 거부한 채 목축생활의 오랜 전통을 지켜온 종족이다.
마사이족은 동부아프리카의 케냐중앙고원에서부터 탄자니아의 중앙평원 그리고 나일강의 원천인 빅토리아호수 근처까지 넓게 퍼져 산다. 인종적으로는 나일계통 목축민으로서 힘계인 마아어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부족으로 분류된다. 주로 케냐와 탄자니아에 많이 살고 있지만 주 활동무대로는 킬리만자로 산주변의 산록과 평원이다. 마을부근에 이르자 우리일행에 앞서 이 마을을 방문한 서양인 관광객들에게 그들 고유의 춤을 추어보이고 있다.
마을 앞에서 차를 세웠다. 관광수입을 겨냥한 듯 우리일행을 반가이 맞는다. 그들의 모습은 손님유치경쟁이 자못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를 극진히 대한다. 이 마을 앞에서 영어로 말을 하는 추장을 만나 1인당 미화 10불씩을 지불하고 부족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그들의 전통춤을 추는 모습도 구경했다.
부족들의 관광수입이 짭짤한 만큼이나 이 마을에 사는 주민 40여명이 먼저 환영의식을 베풀어준다. 여행객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한다며 노래를 부르면, 남자들은 후렴으로 "헴 헴 헴 헴…", 여자들은 "히야예 호예 라레이요를 반복하고, 라레이요 라레이요, 라레이요 호야아"를 되풀이한다. 한동안 노래를 부르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마치 높이뛰기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 저마다 땅을 차고 뛰어오른다. 누가 더 높이 뛰어오르는지 남녀 모두 붉은 옷과 붉은 망토를 걸친 채 뛰고 있다.
붉은 색은 맹수들이 싫어하는 색이라서 그들이 붉은 망토를 걸친다고 한다. 현재 마사이족의 총 인구수는 35만 명으로 추정되며 케냐 측에 25만 탄자니아 측에 10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 마사이족이 역사적으로 “어디서 왔느냐?”에 대하여는 여러 학설이 난무하고 있으나 일부학자는 이집트 근처의 나일강 하류로부터 점차 남하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서 마사이족의 복장이 붉은 색이며 그들 사회의 청년층으로 구성된 전사차림과 칼, 창 등 무기가 고대로마병사들의 것과 닮았다는 점을 들어, 마사이족이 로마병사들의 후예이거나 아니면 로마군에게 고용되었던 흑인병사의 후예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마사이족은 차림새로는 부족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즉 마사이의 옷은 유별나게 붉은 색깔이다. 케냐의 마사이족들은 대부분 붉은색 또는 붉은 색이 들어간 체크무늬의 옷이나 담요들을 두르고 있다.
청년 전사조는 창과 방패를 들고 다니며 중년조와 장로들은 허리에 오랄렘이라는 쌍날단도들 차고 오른손엔 무기의 일종으로 골프클럽처럼 생긴 스와힐리어로는 오링가라고 하는 이린칸이라는 나무방망이를 들고 왼손에는 은구디라고 하는 소치는 막대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왼손에 은구디라고 하는 소치는 지팡이를 늘 들고 다닌다. 박달나무로 만든 이 지팡이는 가축을 몰 때나 맹수로부터 몸을 지킬 때 사용하지만, 어릴 때부터 야생동물 속에서 커왔기에 맹수가 우글대는 들판에서도 우리 마사이족은 거리낌 없이 가축을 몰고 다닐 수 있다."고 말한다.

 소똥과 재를 이겨 벽을 바르는 마사이족의 집, 「보마」


마을에는 담이 없다. 가운데는 빈터이고 둥근 모양의 집 30여 채가 빙 돌아가며 서있다. 모두 소똥을 쌓아서 만든 집, 「보마」라고 했다. 냄새는 나지만 생각처럼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집을 지을 땐 먼저 기둥을 세우고 기둥 사이에 나뭇가지를 씨 날로 엮은 뒤 소똥과 재를 이겨 벽을 바른다고 한다. 나뭇가지를 사용해서 직사각형의 집 구조를 만든 다음 천장과 네 면의 벽에 빈틈없이 소똥을 바른다.
마사이족은 보마를 짓는 데 왜 소똥을 사용할까? 케냐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선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풀을 먹고 배설한 소똥은 섬유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강렬한 폭염과 세찬 비바람에도 보마의 형태를 잘 유지시켜준다. 소똥의 기름기가 물과 섞이지 않아 비가 아무리 퍼부어도 풀어지지 않는단다. 소를 많이 기르기 때문에 소똥을 구하기가 쉽다는 편리함도 있다. 또한 자주 차를 끓여 마시는 마사이족에게는 우기 때 불을 잘 피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기 때 마른 나무를 구할 수 없는 마사이족은 보마 안쪽에서 소똥을 조금씩 떼어내 땔감으로 사용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가 끝날 때까지 소똥으로 불을 피우기 때문에 보마의 소똥두께는 그만큼 얇아지기 마련이다. 마사이족여자들은 건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똥으로 보마를 보수해둔다. 또한 건기가 되면 마실 물도 모자라 고생하기 때문에 마사이족이 젖은 소똥으로 집을 짓는 일은 물이 부족한 이곳에서는 물 부족현상을 극복하려는 삶의 지혜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소똥 집에서 살면서 소와 가까워진 마사이족은 어렸을 때부터 소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또한 그들은 사자와 치타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맹수들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보마에서 산다. 사자나 치타 같은 아프리카의 맹수들은 무리에서 떨어진 초식동물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데 소똥으로 집을 지으면 엄청난 소 떼가 모여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단다.
젊은 추장의 말에 의하면 이 마을은 4가족 152명의 마사이족이 집단 거주하는 조그마한 단위의 공동주거지이다. 마사이족은 예로부터 일부다처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아내는 몇 명을 두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부인마다 집을 한 채씩 갖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무울타리의 출입문을 기점으로 부인들의 사는 공간이 나뉜다. 마사이족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나무울타리가 둘러져있고 그 가운데 대문이라 할 수 있는 출입문이 있다. 바깥 출입문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이 첫 번째 부인의 집이다.
왼쪽은 두 번째 부인의 집이고, 그 옆은 세 번째 부인의 집이다.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하고 서로를 존중해 준다. 남편의 집은 마당안쪽에 따로 떨어져 있는데, 곡식창고를 지키는지 바로 그 옆에 있다. 남편의 집 안에는 부엌이 없고, 나무로 만든 침대가 놓여져 있다. 창문은 적당한 크기고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좁은 공간인데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들에게 대가족은 그만큼 부의 상징이라며, 그들만의 관습에 의해, 남편의 결정에 의해 오늘도 내일도 그들만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마사이족남자들은 매일 소의 피를 마신다고 한다. 소의 목을 꽉 묶은 뒤, 작은 화살로 목에 구멍을 뚫고 피를 뽑아 칼라바쉬에 담아 나눠마신다. 칼라바쉬는 마사이족들이 우유를 보관할 때 쓰는 나무로 만든 통이다. 피를 뽑은 소의 목에는 소똥을 발라 지혈을 한다. 마사이남자들이 강하고 오래 사는 이유는 소의 피를 마시기 때문이라고 자랑이라도 하듯 귀 뜸을 해준다.
몇 개의 천 조각을 겹겹이 묶어서 입은 마사이 여자들의 의상은 그들의 피부색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마사이 아줌마들은 이 거친 땅에서 원색의 장신구와 옷으로 절묘한 조화를 빚어내는 그들의 타고난 미적 감각에 한두 번 감탄한 게 아니다. 그녀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마사이 여자들은 모든 집안일을 다 한다. 당나귀 등에 물통을 싣고 매일 물을 길어 나르고 부엌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늘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가 울 때 봐줘야 하고, 나무장작도 패서 쌓아 두어야하고, 콩도 까불어야 하고, 심지어 큰 자루에 가득한 콩도 날라야 한다. 콩 자루를 등에 지고 곡식창고로 가면 남편은 고작 문을 열어주는 일만 할 뿐이다. 부지런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마사이 여자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마을의 경계는 잡목과 덤불 등으로 되어 있다. 다른 부족이나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택과 공동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계선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둘려져 있고, 집의 높이는 땅에서 지붕까지 2m 내외의 소의 배설물과 토담으로 만들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