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431.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5. 22:00

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 도종환 -


해가 바뀌어도 어둠은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토록 많은 날을 열망하고 기다리던 밝은 햇살은
우리 앞에서 처참하게 깨어지고 거꾸러지고
우리들은 흙탕처럼 몸에 어둠을 묻히고
어제도 별 없는 거리에 섰었다
나직이 부르던 아늑한 노래를 잊은 지 오래고
포근하고 부드럽던 목소리도 쉬어 갈라진 지 오래되었다
혼자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던 것들도 바람 속에 잃어가며
많이도 험한 길을 넘어오고 넘어갔다
내일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내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 품에 꼭 서고픈 빛나는 아침에의 그리움 때문이었다
기쁘게 손을 잡고 맞이할 새날 새아침에 대한 바람 때문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는 걸음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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