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430.빨간 마가목 열매처럼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5. 21:59




빨간 마가목 열매처럼


새벽 놀처럼 맑은 빛으로 털을 단장한 겨울새입니다.
마가목 나무에 앉아 아침 햇살에 빛나는 빨간 열매를 쪼아댑니다.
꼭꼭 삼키면 목이 쉬지 않는다는 보약 같은 식량.
그래서 눈 덮인 겨울날의 새소리가 그토록 고운가 봅니다.
소설 '닥터 지바고' 에도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새들과 나무 사이에는 어떤 친밀한 생명의 연줄이 있는 것 같았다.
마가목 나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듯
오랫동안 새들의 무리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 갓난아기에게 젖꼭지를 물리듯이
새들에게 열매를 먹여주고 있었다.
그래, 그래, 할 수 없지. 먹으렴, 실컷 먹으렴.
마가목 나무가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는 것 같았다.- - -'

 우리도 누군가에게 없는 듯 지켜주고
말없이 채워주는
따스한 체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 김선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