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259.숨겨진 가족 사진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4. 22:06

숨겨진 가족 사진 / 백선영

암실에서 건져 낸 마지막 사진 한 장
물기 마르지 않은
하얀 인화지 끝에 떨리는 두 손

튀어 오르는 푸른 심줄 억제하며
시나브로 드러내는
피 빚 비명(悲鳴) 건져 올린다

어두운 빗 길에 둔탁한 철야행군 소리
유령처럼 스쳐 간 전쟁터에서
두 사람이 실려 왔다

지뢰 밭 월남 전에서 돌아온 백 소령
그리고 부관

태극기로 감싼 그들을 들고 서서

 

오열하는 단절된 우리들의 절대가치 !

 

제대 며칠 앞둔 옷장

 

새 양복과 신사화에 진혼곡이 몸서리 친다

 

찢겨진 젖은 군화 속에 벌어지는
씻김 굿 한 판 훠얼 ~ 훠얼 ~


유난히도 가까워지는 유월 밤 하늘에
시리도록 고운 하얀 별 빚

때로 가슴을 열고 들여다 보면
가장 소중히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간직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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