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익어가는 유월에
- 김한규 -
대지의 유월은
길목마다
성년식을 마친
초록 함성들의 아우성
앵두를 깨문 듯
핏빛 장미의 입술은
이슬을 머금어
쑥부쟁이며 애기괭이눈꽃에게는
고혹적이다 못해
위협적인데
구름은
제풀에 도취하여
한 뼘도 안 되는 미색으로
하늘을 유혹하겠다고
앞다퉈 덤벼들고
바람은 한가로이
호수에 둘러앉아
뱃놀이를 하겠다며
떼를 쓰나니
오호라
청보리 익는 유월이여
생명이 있는 만물이면
어이 너에게
미치지 아니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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