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229.장마의 계절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4. 19:04

장마의 계절
- 조병화 -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이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쏟아지고
쏟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는 천둥 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 묶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