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155.착각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3. 16:15

착각 / 박민정

 

착각


친한 동생이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며 투덜댔다.
"사랑받는 느낌이 안 들었대요.
웃기지 않아요?
난 과거 여자 친구부터 현재 집안 사정까지
숨기는 거 하나 없이 죄다 고백했다고요.
진심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말한다고 떠나 버렸어요."
그의 푸념에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난 오히려 그녀가 안쓰러운데. 네 말대로라면 거긴 사랑이 없잖아?
슬픈 과거와 아픈 현재만 있지.
그걸 보여 주는 게 사랑이야?"
사람들은 자주 착각한다.
입을 쩍 벌려 자신의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상대에게 마음을 보이는 행위라고.
그러니 감동받으라고.
그러니 나를 믿으라고.

                                                                                                                                                 
글, 박민정 / 화요일의 동물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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