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여행

발리, 이구적 풍경의 ‘신들의 섬’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27. 21:30


발리, 이구적 풍경의 ‘신들의 섬’
 

발리는 신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섬이다. 아직도 연무가 피어오르는 활화산, 야자수 길과 산호바다가 평행선을 이루며 뻗어 있는 해안, 호랑이가 사는 북서부의 원시림…. 1만3천6백77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발리의 자연을 두고 원주민들은 '신들의 섬' 이라고 불렀다.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인도네시아에서 유독 발리만 힌두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90%가 힌두교도로 마을마다 어김없이 신전이 들어서 있고 집집마다 모퉁이에 제단을 세워 놓았다. 자연도 문화도 딴판이다.발리의 가장 대표적인 해안관광지는 누사두아다. 누사두아는 발리섬의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는 리조트 타운. 열대우림지역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적어 최적의 휴양지로 꼽혀왔다. 개발이 시작된 것도 80년대 초반. 클럽메드, 릿츠칼튼, 쉐라톤, 하얏트 등 세계적인 체인호텔이 몰려 있다.
해안은 수상레포츠의 천국. 산호초를 찾아다니는 스쿠버다이버와 스노클링을 즐기는 신혼부부,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윈드서퍼까지 전 세계의 레포츠광들이 몰려온다. 특히 쿠타 해안은 일본의 신세대들이 몰려와 하루종일 파도만 타는 서핑의 명소로 소문나 있다.
낀따미니의 화산지대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 높이 2,750m의 화산은 이른 아침부터 안개 커튼이 드리워 있다. 바람이 안개를 젖히면 화산봉우리가 나타난다. 걸어서 화산분화구까지는 꼬박 한나절이 걸리는 편. 새벽 2시 무렵부터 산을 올라가 아침해를 맞는 등산객들도 많다.
화산 아래로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낀따미니에서 내려오는 길목에는 야자수 사이로 계단식 논이 펼쳐진다. 산비탈에 시루떡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계단식 논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양쪽 끄트머리에 야자수와 과일 바구니가 달려 있는 장대를 어깨에 지고 다니는 원주민들의 모습도 평화롭다.
발리의 힌두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는 사바투 사원과 코끼리 사원 등이 유명하다. 사바투는 150여년 전에 지은 사원. 신전 앞에는 샘물이 쏟아져 나오는 인공 연못이 있다. 이 물에 씻으면 영혼이 깨끗해진다는 믿음 때문에 여자들이 알몸으로 목욕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코끼리 사원은 11세기에 세워진 것.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탑 모양의 문에 들어서면 파르스름하게 이끼가 낀 제단과 신전들이 나타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정성스럽게 기도를 드리는 원주민들의 모습이 자못 경건하기까지 하다.  발리의 중부권에는 민속마을이 많다. 마을에는 높은 건물이 없다. 종교법에 따라 30m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기 때문. 신들이 야자수를 밟고 다닌다는 믿음 때문에 야자수 높이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민속마을로는 바틱과 목공예마을이 대표적. 바틱은 옛날 왕족이 입은 전통의상. 작은 구리펜으로 녹인 왁스를 찍어 만드는 전통의상은 1벌을 만드는 데 꼬박 1주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마을에는 베를 짜는 모습에서부터 찍어 바르는 과정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목공예 마을에서는 흑단과 티크 등으로 장식품을 만드는 과정을 재현한다.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힌두신들의 모습을 새기는 발리인들의 섬세한 조각솜씨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화산과 산호바다, 힌두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발리. 동남아에서도 색다른 자연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딴 세상’ 이다.

<발리=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