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러시아여행

10.)-「성스러운 돌의 도시」상트페테르부르크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17. 21:19

 「성스러운 돌의 도시」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 날 아침 08시 30분에 글자그대로 「성스러운 돌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 옛 이름)에 있는 모스크바 역에 도착하였으니 기차를 타고 달려 온 시간은 9시간 7분 걸린 셈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이곳가이드 김지성씨는 일행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입성을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이곳에서 타고 다닐 전용버스로 안내하였다. 전용버스를 탄 일행은 곧장 교포가 운영하는 한국관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전통한식으로 맛있게 할 수 있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넵스키광장

                                               


러시아 속의 유럽, 수많은 사람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물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 북서쪽으로 715㎞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나라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이 곳은 문화적 중심지다. 그리고 18-19세기에 지어진 우아한 바로크양식의 건축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스크바가 동양적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서유럽으로 가는 통로라는 호칭에 걸맞게 좀더 서양적인 특징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는 10세기말 그리스정교를 받아들여 기독교 문화권에 편입되었다. 이 나라가 몽고족의 유목문화, 이슬람 문화 등 각양각색의 외래문화와 접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703년 스웨덴과의 북방전쟁에서 승리한 피터 대제의 「이곳에 도시를 세우겠노라」고 한 말 한마디가 진리가 되었다. 네바강 하구의 거대한 늪지대를 화강암 돌로 채우는 새로운 러시아 대 역사의 시발점이 되었다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네프스키 도로의 해군성

 


모스크바와는 전혀 다르게, 웅장한 화강암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찬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도시다. 또 북유럽의 베니스로 불리며 300년 영욕의 세월을 지켜왔다. 그리고 도시가 세워진 후 200년 간 로마노프왕조의 수도가 되었다. 그런데 1917년 10월 1일 오전 9시 40분 볼셰비키혁명이 일어난 뒤 이곳은 많은 동란과 혁명으로 굴절 많은 역사의 장이 된다. 러시아혁명 당시의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시절의 레닌그라드, 1991년 공화국으로 다시 그 명칭이 과거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거듭났다. 정치의 역사에 따라 그 명칭에서도 급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쭉 뻗은 대로, 수많은 운하와 아름다운 다리들, 6,7월이면 볼 수 있는 백야의 광경은 가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북쪽의 베니스라고 칭송할만하다.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표로 꼽을 만한 곳은 러시아문화의 보고인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이다. 표트르대왕 이래로 겨울에만 사용했다는 겨울궁전이 러시아문화의 보고인 박물관이 되었다. 이 박물관의 궁전광장 한편에는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거처였던 겨울궁전이 네바 강을 따라 230m나 쭉 뻗어 있었다. 웅대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담녹색의 외관에 흰 기둥이 잘 어울리는 로코코양식이다. 겨울궁전은 오늘날 총 6개의 건물로 연결되어있는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건물 중의 하나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페테르고프 근교 마을 베드로성당

 

예카테리나 2세는 명석하고 열정적이며 굳센 의지와 정력을 가진 여걸이었다. 그녀는 독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곧 러시아어를 익히고 러시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에 반해 그녀의 남편이었던 표트르 3세는 주정뱅이인데다가 행동도 천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예카테리나 2세는 이런 남편을 경멸했다. 엘리자베스가 죽은 후 표트르가 제위에 올랐다.

그러나 예카테리나 2세는 6개월 만에 근위대의 도움으로 궁정 쿠데타를 일으켜 남편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러시아의 여자 황제가 됐다. 열흘 뒤 표트르는 고주망태가 된 상태에서 살해됐다. 한편 박물관에 기록되어 있는 예카테리나 2세가 했던 여러 말 중에 한 문구가 인상에 남는다. "나는 러시아인이 되고자 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러시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열심히 살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네바강가의 에르미타쥐박물관

 

예카테리나 2세는 독일 안하르트 체르프스트 공의 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쿠데타로 제위에 올랐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이 독일인이고 또 남편을 죽이고 권력을 탈취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서 자신이 러시아 제국의 황제로서 손색이 없음을 만방에 과시하고자 했다. 또 스스로 러시아인이 되었고, 이름도 Catherin(캐서린)에서 러시아식의 예카테리나로 고쳤다.

그녀가 여러 가지 주변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제위에 오른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여 권위를 세우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상적인 군주가 되기 위한 방책을 당시의 계몽전제군주 이론에서 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컸다. 예카테리나 2세가 1764년 서구로부터 226점의 회화를 들여왔던 것을 계기로 현재는 약300만점의 전시품이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의 존재는 표트르 대제의 딸인 엘리자베스 여제의 명령으로 건설된 겨울 궁전이다. 흰색과 초록색의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이 궁전은 1754∼62년 사이에 이탈리아의 건축가 라스트렐리가 건축한 것으로 후에 바이에른의 건축가였던 클렌체가 지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이 첨가되었다.

박물관은 궁전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1,050개의 전시실, 120개의 계단이 있는 거대한 내부에 약 250만점의 회화, 조각, 발굴품 등의 전시품과 지붕 위에 176개의 조각상이 있다. 주로 조각, 회화 등 예술작품의 수집은 예카테리나 2세가 취미로 사 모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쥐박물관 고갱의 기적의 샘물

 

그런데 이 박물관을 완전히 돌아보는데 작품 하나 당 1분씩 잡는다고 해도 총 관람시간이 5년이나 걸린다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또, 제정 시대의 보석과 왕관 등도 지하의 보물 실에 전시되어 있다. 소장품의 숫자도 숫자려니와 그 예술적 가치 또한 최고 수준으로 로마노프 왕조 황제들의 권력과 고급스러운 취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뿐이겠는가? 옛 제정러시아 시절의 황제들과 구소련 시절의 서기장들의 권력과 재력을 과시하려는 욕심에 그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현재 이곳은 서유럽작품관, 고대유물관, 원시문화관, 러시아문화관, 동방국가들의 문화예술관과 고대화폐전시관 등 총 6개의 큰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러시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터키, 인도, 중국, 비잔틴, 일본 등 세계의 고대 유물과 예술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고 고대 러시아 문화와 스키타이 문화에 관한 작품도 전시되어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쥐박물관의 도자기전시실

 

가장 볼 만한 곳은 125개의 전시실을 차지하고 있는 서구 미술의 전시품이다. 이곳에 소장된 중요한 회화 작품으로는 마티스의「악기를 부는 소년」과 「댄스」, 고흐의 「언덕 위의 집」이 있다. 고갱과 모네, 르느와르, 렘브란트, 레체트 등의 작품들이 특히 주목을 끈다. 뿐만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우리와도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숫자에서나 화려함이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역시 세계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뜻밖의 곳에서 귀에 익숙한 세계명장들의 작품들을 대거 볼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흥분되기는 하지만 그러나 세계3대박물관 중의 하나라고 러시아가 자랑하는 에르미타주박물관에 정작 러시아작가의 작품이 많지 않음은 왠지 씁쓸한 느낌을 준다.

이 어마어마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몹시 바쁘게 이동하면서 김지성씨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이곳에 입장할 때에는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었으나 따로 사용료를 내야했으므로 몰래 숨겨서 가지고 들어갔다. 그런데 전시실에 따라서는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곳이 있어 사진촬영을 하는데 큰 혼란을 겪었다. 어떻든 그렇게 바쁘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박물관을 관람하는 데에는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가 에르미타쥐박물관 내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가 에르미타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