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러시아여행

12.술이 없다면 인생의 즐거움이 없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17. 21:24

술이 없다면 인생의 즐거움이 없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  

                                                  

 

「술은 러시아인의 즐거움이다. 술 마시는 재미가 없다면 인생이 그 얼마나 허망하랴!」 이건 키예프의 블라지미르 대공이 988년에 한 말이다. 러시아인은 조석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신다. 고르바초프가 국민들에게서 인기를 잃고 결국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실책은 주류도소매를 막으려는 승산 없는 캠페인을 벌인 탓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주 많다. 고르바초프의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는 소문도 있는데, 러시아의 알코올 중독 통계 수치를 고려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페테르고프-그리스 신화의 신과 영웅들이 금동상으로 조각되어 서있음

 

 

러시아에서는 떠들썩한 술판에서 거래와 계약이 이루어지며, 꼭지가 돌도록 마시면 여자보다도 남자끼리 어울리는 걸 더 편하게 여긴다. 요즘 인텔리와 관리들은 어떤 경우든 필름이 끊기도록 마시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나라의 알코올 중독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지하철 바닥을 헤매는 남자들, 남자들보다는 뜸하지만 그런 여자들의 풍경은 별로 희귀하지 않은 모습들이다. 러시아 보드카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후추나 레몬 냄새가 난다. 아주 차갑게 만들어서 조그만 잔으로 마시는데, 여럿이 어울려 마실 때는 보드카 병을 아예 얼음 상자 속에 재워 놓는다. 보드카는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이들의 전통적인 주법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페테르고프-계단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중앙분수

 

 

줄을 서서 무려 40분씩이나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햄버거

 

또한 이 나라 사람들은 요즘 서구식 패스트푸드에 입맛을 들이는 중이다. 햄버거를 하나 먹으려고 무려 40분씩이나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대단한 극성이다. 그런데 러시아 음식은 소문과는 달리 맛이 좋다. 아침 식사는 제법 거창해서 부드러운 흰색 치즈와 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부친 팬케이크, 블린치끼나 치즈를 넣어 만든 과자, 스이르니끼, 잼, 얇게 썬 치즈, 차가운 햄, 계란 프라이, 오믈렛이나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죽으로서 메밀죽, 좁쌀죽, 보리죽 우유죽 등 맛도 여러 가지인 까샤, 달콤한 롤빵과 커피, 차, 주스가 나온다.

가정에서는 보통 들이나 밭에서 거둔 버섯, 토마토, 사과, 검은 딸기, 나무딸기, 돌능금, 따위를 절이거나 졸이거나 잼으로 만들어 저장한다. 점심은 대개 오후 2시쯤에나 먹는다. 패스트푸드나 카페, 레스토랑 등의 서구식 식사법이 점차 보급되고 있지만, 한낮의 파리나 뉴욕에서처럼 빨리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 두는 것이 좋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페테르고프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름궁전, 페테르고프

 

저녁식사는 오후 6시 반쯤에 시작하는데, 점심이건 저녁이건 이 나라에서는 코스 요리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음식 자꾸스끼를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처음부터 구운 생선 캐비어, 고기, 샐러드, 절인 버섯, 오이 등 군침이 돌게 만드는 음식들과 이 음식들을 씻어 내릴 수 있는 보드카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이걸 다 먹다 보면 2차 코스는 손도 못 대게 된다.

2차 코스에는 보통 야채를 넣어 끓인 맑은 수프가 나오는데, 거기에 고기 덩어리나 경단 알갱이가 떠다닐 수도 있다. 디저트는 아이스크림이나 설탕에 절인 과일이 나오는데 다소 형식적이며 밥을 먹은 다음에는 커피보다는 차를 즐겨 마신다. 러시아에서 하루를 가장 근사하게 보내는 방법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긁어모아서 되도록 거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흥청망청 보내는 것이다. 요즈음 러시아에서는 야채밭을 가꾸는 것이 대단한 유행인데, 이건 시중 식료품 값이 폭등하는 탓이다. 야채밭에는 농기구나 씨앗을 보관하는 곳은 물론 가끔 들러서 잠을 잘 수도 있는 조그만 오두막으로 「미니 다차」가 딸려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으로 치는 문학의 창시자, 푸슈킨

 

러시아인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특히 현실은 이론과 다르다는 식의 농담을 즐긴다. 오늘날 러시아 TV에서는 정치적 풍자와 정치 지도자들 흉내를 내는 코미디언이 등장한다. 옛날에는 결코 있을 수 없었던 장면이다. 거창한 음악, 대규모 발레극, 위대한 문학 작품, 차이코프스키의 「인생 교향곡」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문화에는 대작이 많다. 러시아인은 문학에 뒤떨어진다는 뜻의 「니꿀투르느이」라는 말을 최악의 모독으로 생각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아르바트거리(푸쉬킨과 부인 나타리의 동상)

                푸쉬킨 박물관

푸쉬킨 박물관 앞에 서있는 그의 동상

 

1960년대에는 축구 경기장에서도 시 낭송을 들려주곤 했다. 지금은 록 음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등 19세기의 러시아 문호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시인이자 극작가였으며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인 알렉산드르 푸슈킨을 러시아 문학의 최고봉으로 친다. 러시아 절대 왕정을 완성하였으며, 서유럽의 기술. 문화 수입에 힘써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룩했던 페트로 대제가 있다.

그가 볼모로 잡아온 아비시니아 왕자의 증손자인 푸슈킨은 러시아어를 가장 미묘하고 열정적인 사상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도구로 만들어 줌으로써 자기를 키워 준 나라에 보답했다. 푸슈킨 덕분에 러시아어는 자유와 규칙이 절묘하게 결합된 오늘날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푸슈킨은 건전한 사고를 지닌 낭만주의자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