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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과 고구려유적지 그리고 북경 여행(4)-드디어 올라간 백두산의 이모저모

달리는 말(이재남) 2008. 9. 11. 21:36

                                                                           

드디어 올라간 백두산의 이모저모

 

그러나 야생화들은 이미 피었다가 지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꽃이 만발하는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그 시기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란다. 백두산천지 서쪽 청석봉 아래 고산지대는 7월초에 「들꽃 천국」이 된다. 천지부터 해발 1500m의 서쪽산문까지 산기슭은 완만한 구릉. 여기에 자생하는 원시림과 관목, 들꽃군락지는 지금까지 인간간섭이 없어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서울은 거의 섭씨 30도에 접근하는 온도이지만 천지 아래 백두산 고산지대(해발 1000m 이상)는 봄과 여름이 반쯤 섞인 듯 쾌적한 날씨다. 봄은 꽃의 계절, 봄을 맞은 백두산의 청석봉 아래 고산지대(해발 1000m 이상 고지)에는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단다. 찬치퍼 고개 노호배 능선 고산화원 소천지와 금강폭포 가는 길은 각양각색의 들꽃으로 꽃동산을 이루고 수줍은 듯 다소곳이 고개 숙인 진분홍 털개 꽃, 군락을 이루며 밭을 이룬 노란 애기금매화와 산미나리아재비, 연분홍의 구름국화군락과 하얀 박새군락 등등이 장관을 이룬다고 했다.

꽃이 피면 벌 나비가 모이는 게 자연의 이치이거늘 여기서만은 다르다. 개미와 능애(파리) 모기가 꽃가루수정을 도우며, 봄여름 가을이 6월 중순∼9월 중순의 석 달에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이곳. 세 계절이 두서없이 한데 뒤섞이다보니 백화난만(百花爛漫)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다양한 들꽃이 쉴 새 없이 피고 진다고 했다.

단 석 달 새에 씨앗을 뿌리고 장장 9개월이나 지속되는 긴 겨울준비를 하자면 식물 곤충 모두가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개미와 파리 모기가 나비와 벌을 대신하는 자연의 이치는 정말 묘하다 할 수 있겠다. 그 꽃 중에서도 가장 기특한 놈은 천지 주변에 피는 노란 만병초다. 잔설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꽃나무지만 슈크림빛깔의 노란 꽃은 귀부인처럼 고상하고 아름답다.

행여 시도 때도 없이 불어 닥치는 천지의 일진광풍에 날릴까 카펫처럼 깔린 관목의 틈바구니에서 바짝 몸을 낮춘 채 여린 꽃잎을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은 안쓰럽다기보다는 차라리 감동을 준다. 천지주변에서 만나는 자주 빛 두메자운도, 하얀 잠자리 꽃나무와 개감채도 애처롭기는 마찬가지다. 이즈음 천지에 오르는 기쁨은 그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늠름하게 예쁜 꽃을 피운 당당한 백두의 들꽃을 만나는데 있지 않을까 싶다.

백두산 고산지대에서도 나무의 생장한계선(해발 1700m) 너머의 고산식물은 거개가 잔디처럼 서로 엉겨 붙어 뿌리를 내리는 키 작은 관목(키 25㎝이하의 나무). 매년 7월 백두산 서쪽산문을 통해 천지까지 오르는 「걸어서 천지까지」 트레킹 코스는 온갖 들꽃으로 뒤덮인 이 관목지대를 통과한단다.

꽃을 밟을까봐 조심조심 딛는 발바닥으로 두툼한 카펫을 밟는 듯 푹신한 느낌이 기분 좋게 전해온다니 7월 백두산의 매력은 끝이 없다. 눈 녹은 천지와 장대한 16연봉의 기막힌 조화도 특별하지만 천지트레킹 도중 경험하는 자태 고운 우리 들꽃과의 만남도 훌륭하다. 들꽃 만발한 백두산은 오로지 천지만을 생각해온 우리에겐 또 다른 자랑거리로 등장한다.

콘크리트 포장길로 오르는 북쪽 천문봉 지역과는 판이하다. 서쪽지역을 관리하는 중국길림성 장백산국가급자연보호구 서파여유 국(局)은 이곳을 세계적인 이코투어리즘(eco-tourism·생태관광)지역으로 보호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서쪽 산 문안에는 천지 아래 2300m까지 오르는 임도와 산문부근의 산장 한 채, 캠프장 한 곳 뿐이다.

이 서쪽고산지대에서 생태관광이 시작된 것은 1998년. 「걸어서 천지까지」라는 들꽃트레킹 코스가 개발됐고 이때부터 6∼8월에 한정된 인원, 100명 정도가 서파여유국의 허가 아래 생태탐사를 다녀왔단다. 우리가 버스주차장에서 내려 1326계단을 오르는 시간은 별로 많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계단의 폭이 높아서 올라가는데 쉽지는 않았다.

1326번째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백두산천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평지를 따라 조금 더 가니 조중(朝中)경계선인 5호 경계비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이다. 1m 높이 사각화강암 기둥의 국경표석에는 앞뒷면에 빨간 글씨로 『中國』, 파란글씨로 『조선』이라고 쓰여 있다. 아래 바닥에 놓인 녹슨 굵은 철사 한 가닥이 한 산을 두 이름(장백산, 백두산)으로 달리 부르게 한 조중(朝中)국경선이다.

한걸음만 옮겨 놓으면 바로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다. 북한 땅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하는 군인인지 경찰인지 잘 구분이 안 되는 젊은 사람이 한 사람이 있기는 하였으나 국경선을 넘어 걸어가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해발 2600m.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서쪽 청석봉 아래 능선이다. 장군봉(2750m) 등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16연봉의 절반 이상이 호수와 함께 180도 파노라마 뷰로 똑똑히 보였다.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백두산의 장백폭포의 높이는 60여m로 멀리서도 그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데, 크게 두 갈래의 물줄기로 나뉘어져 떨어진 물은 송화강으로 흐른다. 「비룡폭포(飛龍瀑布)」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데 폭포의 모습이 용이 날아가는 것과 같이 생긴데서 비롯된 것이다.

천지는 해발2,200m 높이에 위치한 화산의 분화구로 백두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의미에서 「천지(天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둥근 모양을 하고 있고 전체 면적은 10㎢, 호수주위의 길이가 13㎞ 정도로서 중국과 북한이 경계에 놓여있다. 천지의 가장 깊은 곳은 373m나 되고 평균수심은 200m이다. 중국에서 가장 깊은 화구호(칼데라호)로 알려져 있다.

연평균기온은 -7.3도, 평균수온은 0.7~ -11도 이며, 11월에 얼어붙었다가 6월이 되어서야 녹는데, 겨울철 천지의 얼음 두께는 자그마치 1.2m에 이른다. 또한 천지의 수질은 그냥 마실 수 있을 만큼 아주 깨끗하며 지하수와 강수량으로 채워진다. 천지에는 기후변화가 심해서 거센 바람과 폭풍우 발생이 빈번하기 때문에 모든 방문객들의 이곳의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백두산 서파입구의 약도

구름이 잔뜩 낀 백두산

조중 5경계비(중국쪽) 

조중 5경계비(북한쪽)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백두산에서 팔고 있는 장뢰인삼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                   

 백두산 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