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팔의 여행

1.여행의 출발점

달리는 말(이재남) 2015. 11. 2. 06:14

                       

여행길에서 만난 인도 소녀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의 고대왕국 유적지 데바르광장

 네팔 포카라공항에서 바라본 히말라야의 설경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가 이른 아침의 광경

인도 카주라호의 락쉬마나사원의 남녀교합상                                                               

인도 카주라호의 락쉬마나사원의 남녀교합상

 

 멀고도 가까운 인도 그리고 네팔

 

“우리 여행비를 준비하여 인도로 떠나자.” 대학동창인 3명의 친구가 찻집에서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면서 내뱉은 말이다. 그것도 3년 전에 아무렇게나 한 말이 아니고 진지하게 한 얘기다. 얼마 전, 이 말을 꺼낸 친구에게 인도로 떠나자고 제의를 했더니 한발을 살짝 빼고 만다.

결국 필자와 다른 한 친구, 각자의 반려자와 함께 인도와 네팔을 향해 떠나기로 했다. 여행을 시작할 때는 많은 기대와 욕망으로 가득하기 마련인가보다. 막상 여행을 하다보면 실망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러 사람들과의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으로 자기 자신 스스로의 모습을 찾아내게 되겠지.

그리고 수많은 문화의 유적지에서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과거의 역사와 만날 수도 있을 터이고. 그렇지만 제아무리 인상이 좋았던 여행의 길도 자신의 기록으로 기록해놓지 않는다면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혀지고 말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여행은 늘 사진과 글로 기록을 남겨서 사진은 보고 글은 읽음으로서 과거의 아름다움은 일깨우고 그리움을 잠재울 수 있다. 그렇게 여행의 묘미를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살아감이 아름다운 인생의 길이 아닐까?

내가 속하지 않은 또 다른 세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구 저 다른 쪽 부분은 아마도 땅 빛깔도 다를까? 그럼 그들은 무엇인가 나와 다른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가보지 못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내 모습으로 늙어간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삶은 결코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 갑부가 되지못했고 명예를 높이지 못했을지언정 세계라도 마음껏 달려보고 싶어진다. 저 먼 세상을 온통 다 달려보고 싶다고 말한다면 과연 과욕에 속할까?

인도에 가면 나를 찾을 수 있다거나, 인도는 명상과 깨달음의 땅이라고 말들을 한다. 명상의 땅에서 현실의 불만과 불평등을 덮어주고, 초월한 채 살아가는 순종적인 인도인이라는 이미지는 정복자나 지배자, 식민통치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그러한 겹겹이 장막을 드리우고 있는 인도와 인도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여행의 출발점


아침 일찍부터 이미 준비해두었던 짐 가방을 점검하고,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마치면서 집을 출발하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행과 만나야 할 시간이 10시 30분이므로 집을 나선 시간은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리무진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리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우리를 인솔할 KRT여행사의 김상연씨를 전화로 수배해서 J와 K사이의 카운터에서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그는 황당한 소식을 전한다. 원래 오후 1시 30분에 출발예정이던 인도항공사 AI-311 여객기가 오후 4시 50분 출발로 바뀌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집을 출발하기 전에 이 소식을 전해들었더라면 그 충격이 조금은 덜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인솔자에게 원망이 간다. 그런데 인도항공사측에서는 9시경에야 이 소식을 알려줘서 늦게 관광객에게 전달되었으니, 우리처럼 이미 집을 출발한 여행객에게는 별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착잡한 마음으로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옆 벤치에는 러시아여성이 이불을 둘러쓰고 보기흉한 몰골로 길게 드러누워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그녀는 3일전에 러시아로부터 입국했는데 보호자가 공항에 버리고 떠나버렸으니, 그녀는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장님이란다.

우리나라의 어떤 이가 나이가 많은 부모를 외국에 버리고 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하고 한탄을 했는데 이렇게 직접 목격을 하고 보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앞을 못 보는 장님이라서 버림을 받은 것일까? 불쌍하다.

한참을 앉아 있는데 김상연씨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1만 원짜리 무료 쿠폰 두 장을 내민다. 공항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항공사가 발행한 식사쿠폰이었다. 그때 전주에서 오셨다는 김용진 님 부부가 도착하여 쿠폰을 받아들고 내려간다.

그 부부는 전주에서 새벽에 출발했다고 하니 아침식사나 변변히 했을 리가 없으니 배가 고프신 모양이다. 우리가 12시쯤 돼서 지하 1층의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는데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1만 원 짜리 회덮밥 정식에 갈비정식을 각각 먹고 올라왔을 때는 친구, 이무수 부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일행들이 속속 도착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기다렸는데 곧 인솔자로부터 일정표와 인도여행 비자를 받은 여권과 그리고 비행기티켓을 받아들고 짐을 부치려고 이동했다. 함께 출국수속을 마친 친구부부와 면세점에 들어갔다. 친구에게 배정된 무료식사쿠폰으로 맛있는 간식거리로 바꿨다. 한참을 돌아다녔는데도 탑승할 4시 35분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공항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자니 피곤하고 졸린다.

인도항공기 AI-311기를 탑승할 때까지 의자에 기대여 쉬기도 하고 지루함을 달래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본다. 4시 35분에 탑승한 친구부부 4명은 가운데 좌석 C, D, E, F 자리에 앉아, 출발시간인 4시 50분에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벗어나면서 AI-311기의 비행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