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있는 계절(채근담)
채근담(菜根譚)이란 무엇인가? [채근담]이란 명(明)나라 때 환초도인(還初道人) 홍자성(洪自誠)이 지은 저서 이름이며 총 2권으로 이루어졌다. [채근담]의 내용은 하늘의 이치와 인간의 정(情)을 근본으로 삼아 덕행을 숭상하고 명예와 이익을 가볍게 보았으며 문체가 있고 아담한 풍류의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채근담]은 글자 그대로 ‘나물뿌리의 이야기’이며 ‘채소뿌리의 맛’과 같은 인생의 이야기인 것이다. 채근(菜根)이란 중국 송대(宋代)의 유명한 유학자(儒學者)인 왕신민(汪信民: 이름은 革)이 “맛있는 음식을 구하지 않고 항상 채근같이 거친 음식을 달게 여기며 사는 사람은 어떤 일이라도 성취할 수 있다(人常咬得菜根 則百事可做).”라고 한 말에서 딴 것이다. 이 말의 본래 뜻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의 모든 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채소뿌리 같은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꼭꼭 잘 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물의 참맛도 은근히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우공겸(于孔兼)도 이 책의 제사(題詞)에서 “이 글들을 채근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본래 스스로 가난과 괴로움을 겪고 단련하는 가운데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였듯이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며 인생의 참맛을 찾는 길을 모색하게 하는 책이다. 고량진미(膏粱珍味)에만 이끌리지 말고 나물뿌리라도 그것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마음가짐과 인생에의 달관이 있다면 오히려 고량진미만을 맛들인 자보다 더 뜻있고 자유롭게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곧, 세상의 부귀영화에 유혹되어 그것에 얽매여 끝없는 불만족의 속세에서 일생을 보내는 것보다는 부질없는 부귀영화에서 벗어나 덕(德)과 수양을 쌓으며 깨끗한 일생을 살아간다면 인생의 참다운 길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후집(後集) 125문장에서도 “만약 한 번 몸을 잃어 저자거리의 거간꾼이 되면 시궁창에 빠져 죽더라도 그 정신과 육체는 오히려 맑은 것만 못하다.”라고 했듯이 속된 사람들이 무절제하게 명리(名利)를 쫓으며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가득 담고 있다. 주로 알려진 [채근담]은 두 가지 판본이 있다. 하나는 명(明)나라 환초도인(還初道人) 홍자성(洪自誠)의 판본이고, 또 하나는 청(淸)나라 건륭연간(乾隆年間)의 환초당주인(還初堂主人) 홍응명(洪應明)의 판본이다. 두 판본의 내용을 보면 홍자성본은 전집(前集) 225장, 후집(後集) 134장, 도합 359장으로 되어 있고 홍응명본은 수성(修省)?응수(應酬)?평의(評議)?한적(閑適)?개론(槪論)의 5장으로 나누고 홍자성본보다 장수도 많으며 공통된 것이 있으나 순서가 다르고 개론장은 홍자성본의 내용과 거의 같다. 그러므로 홍응명본은 홍자성본을 저본으로 하여 증보하였다는 설이 타당하다 하겠다. 또 홍자성본은 만력본(萬曆本)이라 하고 홍응명본은 건륭본(乾隆本)이라고도 한다. 저자 홍자성에 대하여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그가 언제 태어나고 죽었으며 어떤 인물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제사(題詞)를 쓴 우공겸(于孔兼)이 우인(友人)이라 하였고 채근담을 써서 가지고 와 서문을 써달라고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우공겸과 동시대 사람이라는 정도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우공겸이 산중에 은거할 때 교유하던 사람으로 산림에 은거하면서 [채근담]의 처세관을 스스로 실천하며 맑고 깨끗하게 산 사람 같으며 우공겸의 제사 내용으로 보아 많은 식견과 여러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보인다. 제사를 쓴 우공겸은 금단(金壇) 사람으로 호는 삼봉주인(三峰主人)이고 만력(萬曆) 8년(1580)에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여러 관직을 거쳐 의제랑중(儀制郞中)에 올랐다. 그는 항상 정론(正論)을 간(諫)하다 신종(神宗)황제의 미움을 사 만력 21년(1593)에 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므로 그는 [채근담]의 내용을 읽고 처음의 냉담한 반응에서 벗어나 [채근담]의 내용에 더욱 공감이 갔고 그 내용을 극찬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채근담]의 내용 중에는 [시경(詩經)]?[논어(論語)]?[대학(大學)]?[중용(中庸)]?[주역(周易)] 등의 유학 경서(經書)에서 보이는 내용들이나 명(明)나라 진백사(陳白沙) 북송(北宋)의 소요부(邵堯夫: 雍) 북송의 소동파(蘇東坡: 軾) 당(唐)나라 백거이(白居易: 樂天) 등 유학자(儒學者)들의 시구(詩句)를 인용하고 있는 부분이 많으며, 또 오유[吾儒]라는 말이 가끔 보여 채근담이 유학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때로는 석가(釋迦)나 고승(高僧)의 말을 인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노자(老子)] [장자(莊子)]의 말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유학과 불교와 도교가 추구하는 진리의 공통점을 찾아내 합치시키려 한 것으로 보이는 데 많은 부분에서 유학의 도를 가져다 불교와 도교의 도를 합리화 시키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채근담]은 유학의 중용사상(中庸思想),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도교의 자연회귀사상(自然回歸思想)을 바탕으로 인생의 참진리를 찾아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채근담]을 일단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해보고 겪어보았던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렇기에 더 쉽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옛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회자되던 이 책은, 현대에 있어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처세의 방법을 알려주는 그 가치는 조금도 변함이 없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대는 달라도 세상 인정(人情)이란 언제나 같은 것이다. 전편(全篇)에 흐르는 한결같이 담박하고 질박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문장들은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메마른 시대에 마음을 걸러주는 신선한 청량제(淸凉劑)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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