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49.소금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2. 07:59

                          소금


소금 / 이건청



폭양 아래서 마르고 말라,
딱딱한 소금이 되고 싶으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쓰고 짠 것이 되어 마대 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질려
저물녘 노을 비낀 산굽이를 따라가고 싶던 때가 있었다.
형형한 두 개 눈동자로 남아
상한 날들 위에 뿌려 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
해안가 함초 숲을 지나,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수평선이 되어 걸리고 싶다.
이 마대 자루를 버리고,
다시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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