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269.문심당에서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5. 06:40

문심당에서




문심당에서


문신당 한의원

얇은 천으로 된 칸막이 안에 누워 침을 맞는데
옆 칸에서 누군가 방귀를 뀐다
처음엔 무심코 나온 듯한 소리가
두 번째 세 번째는 소심하게 조신하게 조심스럽게 들려온다
침을 다 맞고 나와 간호사를 기다리는데
마침 그쪽 칸막이도 걷힌다
서른 초반이나 되었을 고운 여자다
눈이 마주치자 그쪽은 아무 일 없다는 표정인데
나는, 나만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 둘 데가 없다
제 에 길!

의원 양반에게 이런 성격에 맞는 침 있으면 놔 달라고 하고 싶었다


ㅡ 글, 복효근 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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