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234.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4. 19:12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 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숫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노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글, 청마 유치환

마지막으로 청마 유치환님이 여류시인 정운 이영도님께 보낸
사모의 편지(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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