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147.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3. 15:58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입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새끼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 괜스레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물살 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 갈까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 어린 짐승 날숨같이 떨며
소리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 봐야만 한다면 꽃망울 속 노란 꽃가루 같이
가득한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요.


갓핀 꽃잎같이 곱고 보름달 같이 밝은 그대는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 같이 나라입니다.


아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 같이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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