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144.쑥부쟁이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3. 15:51

 


쑥부쟁이


아직 만나지 못한 얼굴이 있기에
산그늘 내리는 들판에
나 그리움으로 서 있습니다
해 질녘 어느 촌가(村家)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나 아직 열다섯의 소녀로 멈춘채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그리움으로
그대 서 있는 곳을 바라봅니다



한 번도 켜보지 못한
심장의 불을 켜고
검푸른 파도가 부서지는 들판에
연보랏빛 치마를 두루고
떠나간 영혼을 불러봅니다



그윽한 바람 되어 오실 당신
밤이슬로 내려앉으면
못다한 사랑 이야길랑
넓은 치마폭에 감싸안으며
평생 못 갚을 억만 빚을 모두 갚고
오색불꽃 터지는 내 뜰에
경쾌한 리듬으로 사랑의 춤을 추며
싱싱하게 부풀어오르는
내 완연한 가을을 품어 안으렵니다


- 글, 佳珦 박동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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