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호주여행

27.가까운 바다는 하얀색, 먼 바다는 옥색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16. 07:39

가까운 바다는 하얀색, 먼 바다는 옥색

 

마지막 호텔에서의 밤을 기념하기 위하여 김건일 선생님의 방 603호실에 우리 모두 모였다. 양주와 와인 그리고 과일을 준비하여 조촐한 파티를 하며 즐겼다. 파티가 끝나자 야경을 구경하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부부는 아들의 오늘 2차 시험(서울시 중등임용고시)은 어떠했을까 궁금하여 집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내일의 여행을 위하여 충분한 쉼이 필요했으므로 우리부부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이 나라 호주는 틀이 잡혔을 당시 영국 식민지여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지배를 받았다. 그 후 호주에는 여러 차례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루어진 대규모 이민이었다. 이런 변화 때문에 호주 정부는 사회의 변화가 요구하는 제반 시설과 법규를 제대로 갖출 수가 없었다. 정부가 언제나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되고 만 것이다. 구속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특히 혈기왕성한 호주 인에게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사태였다. 그래서 정부가 만들어 놓은 법규를 어기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 정부에 대한 복수가 되었다.

              

호주의 골드코스트의 해변             

호주의 골드코스트의 해변


이 나라는 아직 영연방의 일원으로 여왕이 임명한 총독의 통치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체제는 1974년 총독이 노동당 정부를 해산하고, 야당을 중심으로 만든 임시정부 아래서 선거를 치른 사건을 계기로 갑작스레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요즘에는 영국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 유대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많고, 입헌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하자는 주장이 대세를 잡아 나가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승진에서 제외되며, 사람이 좋으면 남을 이기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들은 잘 안다. 괜찮은 사람이 승진을 했다고 해도, 높은 지위에 올라가자마자 성격이 변할 것이라는 사실도 물론 안다. 따라서 모든 상관은 멍청이여서 존경할 만한 가치가 없다. 이런 시각이 높은 사람을 대하는 출발점이다. 일상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장에서도 형식을 좇고 맹목적으로 전통을 따르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사업을 할 때 성격이 친근하면 존경을 받는다.

 

호주의 골드코스트 부자마을의 고급주택가

 

말하는 능력을 놓고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은 놀랄 만한 국민이다. 이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땐 한 가지 언어(주로 영국영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말할 땐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재주가 있다. 말하는 걸 들으면 금방 표시가 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영국식 영어를 호주인의 성격에 맞는 색과 향을 가지도록 개조하여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섬세하지 않으니까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면 그 의미 또한 말 그대로다. 호주인은 언어를 통해 그들의 개성과 활발한 성격과 관습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직선적 성격을 보여 준다. 이 나라 사람들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르다.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이 그들은 괴상한 사람들이다.

                

호주의 브리스번             

호주의 브리스번

 

관광 제10일째인 1월 26일 아침 일찍, 우리부부는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바다로 나갔으나, 해수욕을 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임을 알았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바닷가 모래밭을 거닐거나 조깅을 하면서 즐기고 있지 않는가? 우리부부도 그들 틈에 끼어 조깅을 하면서 아침 시간을 바닷가에서 보냈다. 이른 아침에 해변에 나가면 인적이 드문 해변을 온전히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가까운 바다는 하얀색, 먼 바다는 옥색. 발목까지도 차지 않는 바다는 50~100m 쯤 계속되는데, 바다 속에는 여러 가지 빛깔이 고운 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잘게 이는 물이랑이 막 떠오르는 햇볕에 반사되어 예쁜 무늬를 만들어 내고, 발목을 적시고 있는 물의 온도는 따뜻하고 쾌적하다. 해변의 모래는 모래라기보다 가루 같다. 이런 멋진 경치를 우리부부만이 보고 있다는 게 미안하다.

Park Royal Hotel의 26층, 레스토랑에서의 아침식사는 대단히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식사를 하려고 앉은 곳은 바다를 한 눈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 위치가 바뀌면서, 40분 정도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의 위치는 처음 식사를 시작하든 그 위치에 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레스토랑이 조금씩 돌고 있다.  

 

호주의 브리스번 골드코스트 스카이포인트

          호주의 브리스번 골드코스트 시내

            호주의 브리스번 골드코스트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