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손녀와 함께한 호치민 나트랑여행

32.꾸찌 터널(땅굴)투어

달리는 말(이재남) 2021. 7. 26. 10:03

여행을 시작한지 열나흘 째 되는 날 아침은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620분에 메인 레스토랑으로 내려가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 옆 화장실을 이용하여 이를 닦았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신투어리스트에 도착하자마자 버스 승차권을 받았다.

 

 -호치민 시티로부터 약 2시간거리,꾸찌터널의 나뭇잎으로 위장된 터널-

 

오늘은 꾸찌(Cu Chi)터널 관광을 떠나는 날이다. 꾸찌 터널투어는 메콩강 투어와 더불어 호치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라고 한다. 845분에 출발할 좌석 11번 부터 14번까지 차지하고 앉은 버스는 필자가족을 싣고 꾸찌 터널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한다. 물 한 병씩을 주더니 꾸찌터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베트남인 인솔자겸 가이드는 유창한 영어로 꾸찌 터널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호치민 시티로부터 약 2시간거리,꾸찌터널의 나뭇잎으로 위장된 터널과 위장된 집-

 

터널 까지는 약 2시간을 달려 입구에서 내리게 되는데, 반 지하처럼 뚫어진 터널을 통과하면서 입장권을 보여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베트남전쟁은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1946~1954년에 이르는 제1차 전쟁과 북베트남 공산당 정부와 남베트남의 민족해방전선군(베트공)이 미군과 남베트남의 친미정권에 대항하여 벌인 1960~1975년에 걸친 제2차 전쟁을 통틀어 말한다.

 -호치민 시티로부터 약 2시간거리, 꾸찌터널의 이수국과 제형우-

 

꾸찌 터널이 처음 건설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당시였으나 보다 전술적으로 이용되고 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이다. 당시 모든 면에서 우세했던 미군에 대해 베트공들은 산발적인 게릴라전으로 대응하는데, 이를 위해 지하 3~10m 깊이에 3층으로 총 250km에 달하는 좁고 긴 지하 통로를 만들고 전략적으로 활용하였다.

일단 여행객들이 꾸찌 터널 구역에 들어서면, 베트공들이 사용했던 각종 덫과 함정들, 무기들은 물론 이곳에서의 의식주 생활상을 재현한 구역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약 200m의 짧은 거리이지만 높이 70cm에 폭 50cm의 꾸찌 터널을 직접 통과해 보는 것이다.

-호치민 시티로부터 약 2시간거리,꾸찌터널에서 작업하는 베트공-

 

한 사람이 등을 굽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고 어두우며, 환기도 잘되지 않아서 덥고 습하기까지 한 터널을 지나다 보면, 이곳을 기지 삼아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베트콩들의 활약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뚜껑을 덮고 낙엽으로 위장한 조그마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 보는 시범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인 손자 제형우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서양인 한사람도 조그마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하였으나 도저히 들어갈 수 없어 포기하고 만다. 베트남사람들처럼 체구가 작은 사람만 땅굴로 들어갈 수 있으며 몸이 큰 서양 사람은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사이즈다. 이런 식으로 바닥에 들어가서 위장을 하고 미군을 기다렸다고 한다.

남북한 땅굴개념과는 차원이 달라서 초중등학교 학생인 자녀와 함께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꾸찌 터널의 견학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이들이 실제 사용했던 AK47, Mk16 같은 소총들을 발사해 보거나 주식으로 삼았던 우리나라의 마와 비슷한 얌과 차를 먹어보는 기회도 가졌다. 투어가 끝나갈 무렵 여행객들이 영상실로 안내돼 베트남전쟁에 관한 기록영상을 관람한 후 꾸찌 터널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마지막으로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