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199.여름엽서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4. 17:58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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