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101.**내가 길이 되면 사랑도 옵니다**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3. 07:39

**내가 길이 되면 사랑도 옵니다**

 




내가 길이 되면 사랑도 옵니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체념'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제야 내가 길이 되어 당신께 날마다 갑니다.
체념은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재산이었습니다.
체념은 나의 가장 친한 벗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책은 못 가지더라도 가지고 싶은 다른 많은 것들은
못 가지더라도 체념 하나만 가지면 그런대로
나는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은 내 유일한 재산이 되고 만 체념이여,
언제까지 나는 너의 언저리에서만 서성거려야 하는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합니다. 보내는 연습을.

정작 이별의 순간이 닥쳤을 때는
그 동안 연습한 것이 쓸모가 없습니다.
이별은 아무리 연습해도 능숙해지지 않습니다.
고독하다는 것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비어있으므로 언제나 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는 뜻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또 만나게 되겠지요.

마차가 지나간 자국에 빗물이 고이듯
내 삶이 지나온 자국마다 슬픔이 가득 고일 것입니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
역 대합실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의 모습은 또한 얼마나 쓸쓸한가.

인간의 마음은 얕게 고인 물과 같습니다.
조용히 놓아 두면 고요할 뿐만 아니라
사물의 형상이 잘 비치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부서집니다.
사랑은 낮은 자세로 비어 있을 때 찾아옵니다.
그래야 찰랑찰랑 고입니다.
조금만 높이 서 보십시오. 금세 새어 버릴 것입니다.

사랑을 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입니다.
바람이 왜 부는지 묻지 않고 불듯,
물이 왜 흘러가는지 묻지 않고 흐르듯 당신을 사랑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그렇게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돈이 들건, 시간이 들건 그리고 건강을 잃는다 해도 어찌하겠습니까.

아무도 사랑할 줄 모르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멀리서만 당신의 이름을 나 혼자 불러보고 싶습니다.
살아갈수록 자꾸만 그리운 당신이여.
깊어가는 여름 밤, 잠 못 드는 밤,
밤이 깊어갈수록 유서 한 장을 쓰고 있습니다.
유서를 써놓고 한 번 살아가 보십시오.
그러면 삶에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 것이지요.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생을 살아간다면
한 순간도 소홀히 무관심하게 보낼 수 없을테지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당신을 사랑했구나 한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시간이 흘러간 뒤에 당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은
마치 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 일처럼 씁쓸합니다.
용기 없는 사람은 사랑도 기도도 참으로 얻기 힘듭니다.

글:권태원

http://kr.blog.yahoo.com/kdm2141/26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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